여당내 '김경율 사퇴' 필요성 제기…"심판이 선수로 뛰나"

"잘못 크지 않더라도 한 발 빼는 그림 만들어야"
"사퇴할 명분 없다…논란 발언 사과했으니 충분" 반론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나란히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충남 서천 화재 현장 동행으로 봉합되는 가운데 김건희 여사를 연일 언급하며 갈등의 실마리를 제공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 위원장은 "그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이 사퇴해야 이번 갈등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5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위원이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에 출마는 하되 비대위원직에서는 물러나면서 한 위원장이 한발 물러나는 듯한 모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이 잘못한 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한 위원장이 한 발 빼는 그림을 위해서라도 김 위원 사퇴가 필요하다"며 "본인이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으로서 선수가 심판하면 안 되듯이 이참에 물러나는 것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김 위원이 당정 관계에 대혼란을 초래한 만큼 사퇴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공천 문제도 있으니 그만두는 수순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 또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인이 사과를 분명히 했고, 또 김경율이라는 사람이 우리 당에 필요한 존재"라면서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난 뒤에는 출마를 위한 사퇴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김 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와 관련한 '사천(私薦) 논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윤-한 갈등의 표면적 이유다. 이야기는 한 위원장의 사퇴 요구까지 번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논란이 한 위원장 사퇴 요구의 실질적 이유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김경율 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빗댄 발언이 대통령실을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 또한 명품 백 논란을 두고 "국민이 걱정하실 부분이 있었다"거나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하면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로 이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김 위원은 저자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은 지난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제 거친 언행이 여러모로 불편함을 드린 적이 있었다"며 "좀 더 정제된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고 지금까지처럼 오직 민심을 받드는 것, 총선 승리하는 것에만 매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을 사퇴시키면 한 위원장의 위상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퇴하면 잘못한 게 된다. 사퇴할 명분이 없다"며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은 사과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