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뿐하게 2연승… 바이든과 ‘리턴 매치’ 굳히기 [美 대선 경선 레이스]

박영준 2024. 1. 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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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공화 예비선거 승리
헤일리에 11.3%P 격차로 앞서
아이오와 이어 후보 연승은 최초
헤일리, 경선 계속 참여 뜻 밝히자
트럼프 “아직 남아있나” 사퇴 압박
최근 바이든과 양자 대결선 우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의 공세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던 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23일(현지시간) 무난한 승리를 거머쥐며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 자리를 예약했다. 아이오와주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과반 지지율을 얻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 조기 확정 가능성을 높이면서 그와 ‘리턴 매치’를 해야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위기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과반을 득표해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슈아에서 열린 ‘나이트 파티’에서 무대에 올라 주먹을 쥔 채 양쪽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의 ‘돌풍’을 잠재우고 독주체제 굳히기에 나섰다. 내슈아=로이터연합뉴스
AP통신은 뉴햄프셔 예비선거 개표가 91.5% 진행된 24일 오전 6시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이 54.5%를 득표, 43.2%를 득표한 헤일리 전 대사를 11.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 첫 번째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차지한 데 이어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도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두면서 독주를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1, 2라운드로 아이오와, 뉴햄프셔 경선이 정착된 1976년 이후 두 곳 경선에서 모두 승리한 첫 후보로 기록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 초반 득표율 격차가 한 자릿수에 머물며 헤일리 전 대사의 추격을 잠시 허용하는 듯했으나 곧바로 그 격차를 두 자릿수로 벌려 승리를 조기에 확정지었다.

연패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개표가 시작되고 20분쯤 뒤 지지자들 앞에 선 헤일리 전 대사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자신을 ‘투사(fighter)’라고 칭하고 “아직 여러 주가 남아 있다”면서 “다음은 내가 사랑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주지사를 지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2월24일 열리는 예비선거까지 경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1시간쯤 뒤 단상에 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의 앞선 연설을 비꼬며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그녀(헤일리 전 대사)는 졌는데도 마치 자기가 이긴 것처럼 연설했다”면서 “론은 2위를 하고 떠났는데 그녀는 3위를 하고서도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2위를 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에서 사퇴한 사실을 언급하며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환호하는 트럼프 지지자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내슈아에서 열린 ‘나이트 파티’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내슈아=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리 연설 무대에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사퇴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와 함께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 선거에서 무난하게 승리한 배경으로, 이들을 포함해 디샌티스 주지사 등이 지지 선언을 하며 대세론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 가운데 43%가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아이오와주 여론조사를 지적하며 “공화당 유권자와 무당층 유권자 상당수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CNN방송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의 61%가 헤일리 전 대사에게 투표했고 37%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장담한 대로 오는 3월5일 16개주에서 동시에 코커스와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까지 경선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헤일리 전 대사가 2월8일에 열리는 네바다주 코커스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비친다. 네바다주 공화당 대의원 수는 26명이다. 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 1215명(전체 대의원 2429명)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이미 아이오와, 뉴햄프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의원을 빼앗긴 헤일리 전 대사로서는 경선 초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후원회 격) 등의 지원이 끊기며 경선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한 뒤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헤일리 전 대사의 패배 요인으로는 선명성 부족이 꼽힌다. 무당층과 중도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원에게는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적수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이 이제 분명하다”며 “(미국에)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지난 17~18일 등록 유권자 23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양자 가상대결 시 지지율은 각각 41%와 48%로 나타났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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