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리포트] 사무실과 콘텐츠의 결합···'100만 고소득 직장인' 타깃 광고 플랫폼을 만들다
종로타워·파크원·파르나스타워 등
주요 프라임 오피스 빌딩 곳곳에
미디어패널 설치 광고 송출해 수익
미술·와인 전문 기업들과도 협업
대기업 광고주 대거 확보 성공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정수(精髓)는 전광판이다. 마천루를 빼곡히 뒤덮은 빛나는 전광판은 무채색 도시에 색채를 더하는 예술품으로 승화(昇華)한다. 타임스퀘어에서 영감을 받은 한국 정부는 2016년 서울 강남 코엑스 앞 영동대로를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하고 대형 전광판 설치를 독려했다. 주로 민간 기업이 광고를 송출하는 통로가 됐지만 혹평보다는 호평이 많다. 영상미가 넘치는 광고물이 심심했던 도심을 형형색색 빛나는 관광 명소로 뒤바꿨다는 것이다.
스페이스애드를 창업한 오창근 대표는 ‘전광판의 미학’을 사무실 공간 속으로 끌어들였다. 통상 ‘사무실’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칸막이가 쳐진 사무용 책상이 줄지어 있는 삭막한 공간을 생각하기 쉽다. 건물 로비, 복도, 엘리베이터도 심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오 대표는 ‘오피스 공간 속에 미디어 패널을 설치하면 건물 이용자도, 건물 소유주도 만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수의 오피스에 미디어 패널을 설치하면 광고를 받아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는 곧바로 그의 사업 아이템이 됐다.
스페이스애드는 수도권 주요 ‘프라임 오피스(대형·고급 오피스 빌딩)’에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 패널을 설치하고 광고를 송출해 수익을 얻는 기업이다. 2017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서울 도심 권역(CBD) 종로타워·서울스퀘어와 강남권역(GBD) 파르나스타워·트레이드타워, 여의도 권역(YBD) 파크원 등 200여 개의 프라임 오피스에 미디어 패널을 설치했다. 국내 50대 기업 절반이 스페이스애드와 제휴한 건물에 입주해 있다. 스페이스애드는 알토스벤처스, 아크임팩트,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자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법인 설립 초기 오 대표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은 ‘건물주 설득’이었다. 스페이스애드가 가진 사업 모델(BM)이 작동하려면 다수의 건물에 미디어 패널을 설치해 동시다발적으로 광고를 송출할 수 있어야 했다. TV광고 시장에서 시청률이 높은 채널과 프로그램에 고가의 광고가 몰리는 것처럼 오피스 광고 시장에서도 다수의 채널을 가진 기업으로 광고가 주어질 것이 자명했다. 문제는 건물 소유주 설득. 프라임 오피스 건물을 소유한 자산운용사와 대기업, 개인 자산가는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현상 변경을 처음에는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이 주저한 원인은 일차적으로 설치 비용에 있었다. LED 패널을 로비, 각 층, 엘리베이터에 설치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투입 자본과 수익 간의 비율을 엄밀히 따지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선뜻 미디어 패널 설치에 지출을 하기 어려웠다. 운영 노하우 부재도 문제가 됐다. 예산이 있더라도 미디어 패널 어떤 콘텐츠를 내보내야 할지, 광고는 어떻게 받아야 할지, 네트워크 유지·보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건물주가 알기는 어려웠다. 오 대표는 “초기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며 “투자 예산 이슈, 설치 노하우 부재, 콘텐츠 운영 노하우 부족이라는 세 가지 문제가 건물 소유주를 주저하게 했다"고 회고했다.
스페이스애드는 건물 소유주가 가진 문제를 순차적으로 풀어냈다. 우선 스페이스애드가 설치 비용을 전부 대고, 오피스 공간 사용에 대한 비용까지 지불하기로 했다. 추후 광고를 받아 수익을 내면 설치 비용과 공간 사용료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설치 노하우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스페이스애드는 법인 설립 초기부터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 원격으로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건물에 미디어 패널이 설치된 이후 건물주가 신경쓸 일이 없도록 만든 것이다.
콘텐츠 운영 문제는 가장 해결 난도가 높았다. 서울 주요 도심에 있는 초고급 빌딩은 화장실 수전(수도꼭지) 비용이 100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미디어 패널을 설치하더라도 건물의 격과 맞아야 했다. 스페이스애드가 설치와 운영을 도맡더라도 건물 분위기를 해치는 광고나 콘텐츠를 내보내면 사업이 성사되기 어려웠다. 2000년대부터 아파트·오피스텔·일반 오피스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광고 미디어 기업이 다수 있었지만 프라임 오피스만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에 늦게 출현한 것은 두 시장의 특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이스애드는 송출하는 미디어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우선 가나아트, 신동와인 등 미술·와인 전문 기업과 협업해 콘텐츠 절반을 교양 콘텐츠로 채우는 것으로 방침을 확정했다. 광고도 가려 받기로 했다. 저가형 광고를 받지 않고, 입주사의 경쟁 업종 광고는 내보내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직을 유도하는 채용 기업 광고와 건물 분위기를 해치는 게임 광고도 이런 이유로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오 대표는 “프라임 오피스 건물주와 입주사들의 높은 기대를 맞추는 일에 가장 많이 공을 들였다”며 “공간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것을 넘어 ‘공간에 가치를 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건물주들이 가진 불편 지점을 모두 해소하면서 스페이스애드는 종로타워에 처음으로 미디어 패널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미디어 패널이 공간 분위기를 살린다는 입소문이 타자 이후 사업은 급성장했다. 종로타워에 미디어 패널을 설치한 이후 스페이스애드의 제휴 오피스(일반 오피스 포함) 수는 1년 만에 150개로, 2년 만에 350개로 늘어났다.
스페이스애드는 당분간 프라임 오피스 시장 내 장악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일반 사무실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지만 우선은 잘하는 것을 더 잘하자는 의도에서다. 오 대표는 “프라임 오피스에는 재직자 평균 연소득이 1억 원에 달하는 50대 기업 다수가 입주해 있다”며 “이는 광고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프라임 오피스 미디어 시장 내 경쟁력을 끌어올린 후 사업 다각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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