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PF 해결책 결국 `손절`… 금융권이 손실 떠안나
책임 주체 불명확… 업계 혼란
대주단이 떠안는 구조 될수도
일각 "금융사가 봉인가" 불만

금융당국이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해결책으로 '손절안'을 꺼내들었다. 고금리 브릿지론이 인허가나 사업성 문제로 본PF로 넘어가지 못하거나,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에 대한 대주단의 만기연장, 이자유예 등을 막는 방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분양 사업장까지 PF대출에 대한 보증 상품을 신설하며 적극적으로 대출 연장을 장려했던 당국이 급격하게 부실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정리로 방향을 전환하고, 정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책임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업계 혼란이 예상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권에 부실 부동산PF 정리를 독려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에 대한 만기 연장과 이자유예를 멈추고, 사업성이 없는 PF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예상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했다.
본PF 전환이 안되는 브릿지론과 공사지연이 지속되거나 분양률이 현격히 낮은 PF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고, 향후 사업장이 경·공매로 넘어가며 발생할 수 있는 추가 가격하락까지 고려해 담보가치를 산정하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부실PF 정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명확한 책임주체가 없고, 구체적인 정리 방법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대체적으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브릿지론이나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에 대해 즉각적인 상환을 요구한다면 자본력이 부족한 시행사는 대부분 부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사업장이 부실화된 상황에서 상환 금액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큰 책임 주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또 대부분의 사업장에 시공사의 신용공여가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장을 공매에 넘길 경우 연대보증이나 신용공여에 대한 책임도 사라질 수 있다. 결국 모든 손실은 대주단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사와 시공사에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했을 때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결국 공매에 넘기는 방법 밖에 없다"며 "공매에서 대출금의 50%만 건져도 다행인 상황인데, 이미 '부실' 딱지가 붙은 사업장을 공매로 사갈 사업자도 많지 않아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매에 넘기면 결국 시공사의 연대보증이나 책임준공은 무효화되고, 모든 손실에 대한 책임은 대주단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도 "최근 금융당국의 옥석가리기가 금융권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손실을 대주단이 떠안는 것은 대주단이 결정할 일인데 금융당국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문제"라며 "특히 상장된 금융회사의 주주들에게 건설사의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미분양 사업장 PF대출 보증 지원'과도 상충되는 방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정부는 분양률이 저조한 PF 사업장을 위해 총 15조 규모의 '미분양 대출보증' 상품을 신설했다.
당시 정부는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에 공적자금(보증)을 지원,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이 중간에 멈춰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방지한다는 취지였다.
전문가들은 보증을 도입한 지 1년여 만에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을 정리하라는 방침을 정하면서 업계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분양 대출보증 대상에 대한 미분양률 기준도 없는 만큼 '부실 사업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구체적인 정리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부실 사업장 정리를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방법밖에 없는데,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사업장 정리를 지시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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