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이영표 위원의 중간 점검 “볼터치 최소·압박 타이밍 맞춰라”

박주미 2024. 1. 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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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KBS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 중인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


축구대표팀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4일 현재까지 1승 1무, 승점 4점으로 골 득실에서 요르단에 밀려 E조 2위에 있다.

'강력한 우승 후보'에서 '조금은 불안' 등 아시안컵 대회 개막 전과 조별리그 1, 2차전을 치른 현재까지 대표팀을 향해 팬들의 반응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이 오늘(24일) KBS 취재진과 만나 현재 대표팀의 경기력과 보완점, 예상 16강 상대 전력, 그리고 최근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을 향한 팬들의 비난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영표 위원은 대표팀이 최근 공격진에서부터 수비진까지 일사 분란했던 압박이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압박 타이밍이 맞지 않아 전체 균형 있는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대표팀다운 경기력을 위해선 '최소한의 볼 터치, 일관된 압박 타이밍'을 강조했다. 또 조규성을 향한 팬들의 비난에 대해선 "팬들은 칭찬할 권리도 비난할 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영표 위원과의 일문일답.

Q. 조별리그 1, 2차전을 치른 현재 대표팀의 경기력과 수준은?

- 1차전은 첫 경기치고 상당히 괜찮은 경기를 펼쳤는데 2차전에선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한 건 분명하다.
그러나 선취 득점 이후에 역전당한 상태에서 그대로 끝나지 않고 2대 2라는 균형 맞춘 것은, 2차전에서 상당히 아쉬움도 있지만 동시에 그나마 의미 있는 동점이었다고 생각한다.

Q. 아시안컵 개막 전과 지금 조별리그 2차전까지 대표팀 경기를 지켜봤다. 여전히 대표팀의 우승 확률 높은가?

- 네, 대회 개막 전과 지금, 대표팀의 우승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다. 생각해 온 우승 확률도 똑같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독일 포르투갈 가끔 이기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 정도로 세계 축구와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 수준 차, 간격이 좁혀졌다. 다만 동시에 우리와 동남아국가, 중동 국가들의 거리도 좁혀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중동이나 동남아 팀을 일방적으로 5대 0, 6대 0 일방적으로 이기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고 우리가 그런 점을 감안해서 경기를 볼 필요가 있다.

Q. 대표팀의 조별리그 최종전, 말레이시아전에선 대표팀의 공략 포인트 어디에 두어야 할까?
(일부에서는 조별리그 경고가 8강 이후 소멸되는만큼 의도적으로 경고를 더 받고 소멸시킨 상태에서 16강을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우승 후보 일본을 피하려고(일본이 조1위로 오를 경우) 조 2위로 16강 진출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우리가 말레이시아를 당연히 다득점으로 잡고 조 1위로 올라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조 1위 16강 진출 시 D조 2위 일본 만날 가능성이 높아서 계산하지 않고 최선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3차전이 아닌 2차전이었으면 경고 관리 할 수 있었을 수 있지만 3차전 이후 16강전이 있는 상황에서 우승 후보 한 팀인 일본과 만날 가능성이 농후한만큼 지금 주축선수들이 최선 다해서 말레이시아를 이기는 게 중요하고 최대한 추가로 경고(카드)받지 않은 상태에서 16강을 모두가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피하거나 16강에서 조금 쉬운 상대 만나려고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다해야 한다.
일본은 누구나 평가하는 우승 후보 중 하나인데 우승을 노리는 대표팀이 결승이든 16강전에서든 한 번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보면 차라리 일찍 만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Q.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의 특징은?

- 말레이시아는 빠른 선수들이 양쪽 윙 포워드에 포진되어 있고 특히 왼쪽 윙백 선수의 스로인이 상당히 위협적이다. 골대 근처 슈팅 혹은 코너킥 상황과 비슷한 엄청난 스로인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 (이 대목에서 이영표 위원은 아일랜드국가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활약한 로리 델랍을 떠올렸다. 로리 델랍은 인간 투석기로 불릴 정도로 위협적인 기술인 초장거리 스로인을 장착한 선수였다.)

말레이시아의 가장 위협적인 점이자 존재는 감독 임기 직전까지 KFA 기술위원장을 역임한 김판곤 감독이다. 김판곤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를 잘 알고 있다는 지점이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Q.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수비 경기력은 어떤가?

- 대표팀이 1, 2차전에서 실점했던 3골을 보면 전체적으로 보면 수비 숫자가 아주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3실점을 했다.
수비로 돌아오는 숫자 싸움이 아니라 우리 진영에서 확실하게 자기가 수비해야 할 사람을 확인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수비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보완점이다. 상대 공격수가 2명인데 대표팀 수비수는 5명이나 있는 상황이었고 역설적이게도 숫자에서 너무나 수비할 사람이 여유로워서 선수들이 일대일 대인 방어에 소홀한 면을 보였다. 이런 과정에서 3실점 한 것은 수비 집중력 문제로 판단된다. 수비 커버 지역에 서야 하는 선수, 일대일 대응해야 할 선수 등 확실하게 선수들이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져야 하고 역할 분담을 확실히 나눠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Q. 클린스만 감독의 수비수 선발, 수비수 기용에 대해서 평가는?
(클린스만 감독이 이번 대회 엔트리 26명 선발 과정에서 측면 수비 선발이 약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의견)

- 좌우 측면 수비수를 덜 뽑았다는 외부 이야기 충분히 나올 법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측면 수비수 4명(김진수, 김태환, 이기제, 설영우)을 선발했는데 현재 선발된 4명 이상으로 엔트리에 포함할 선수를...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다. 대표팀 선수 선발 경우 다양한 포지션에서 조금 더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내는 시스템적 보완도 필요한 것 같다.

Q.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 수비 조직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봐도 되는지.

- 아시안컵 대회 직전까지 많은 경기 동안 대표팀이 실점하지 않았다. 좋은 경기를 했을 때 대표팀의 장점은 스리백에서 전방으로 향할 때였다. 공격수들이 전방 압박, 그리고 미드필드에서 강력하게 받쳐주고 마지막 수비진이 같이 일관되게 따라 올라가 주면서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는, 전방 압박 타이밍이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압박하는 과정에서 미드필드가 압박하고 받쳐주는 것이 공격진보다 반 박자 늦고 수비수들이 밀고 올라오는 타이밍이 좀 늦다. 그래서 손흥민과 이강인 등 수준 높은 선수들이 포진한 윙 포워드 3명의 압박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압박 타이밍과 조직력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증거인데 이 부분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어설픈 압박은 오히려 상대에게 공격할 빌미를 제공하므로 압박 타이밍을 1선~2선~3선이 제대로 맞도록 노력해야 한다.

Q. 대표팀 자리 조 1위 또는 조 2위, 16강 상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어떤 팀이 상대하기 편할까?

- 일본은 앞서도 언급했듯 우승 여정에서 어차피 한 번 만나야 한다면 지금 일본을 만나는 것이 수월하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대표팀이 조 2위로 진출해서 만나게 될 수 있는 F조 1위 가능성이 큰 사우디아라비아가 일본보다 결코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Q.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두 팀의 색깔 차이는?

- 일본은 안정감이랄까 전체적인 일관성에선 사우디보다 훨씬 좋은 팀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본보다 안정감, 일관성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한 번 어떤 식으로든 분위기를 타면 폭발력이 대단한 팀이어서 이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Q. 일본 대표팀에 대한 평가도 개막 전과 달라진 듯 하다. 약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일본이 1, 2차전에서 보여준 약점은 3가지이다.
첫째,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취약하다는 것. 그 상황에서 2실점 했다.
두 번째는 오른쪽 윙백 스가와라 선수가 자기 자리를 벗어난 상태에서 뒷공간을 맞는 상황에서 2실점 했다.
세 번째는 불안 요소가 안정성이 떨어지는 골키퍼.
대표팀이 16강에서 일본을 만난다면 세트피스 수비, 오른쪽 윙백 뒷공간 자리, 취약한 골키퍼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 좋은 장면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사우디아라비아는 어떤가?

- 사우디아라비아는 꾸준히 좋은 경기력 보여주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선수들이 이적한 점 등에서 보면 자국 리그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축구 경기를 한 경험을 하고 있어서 이미 이름값 있는 선수,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 상태이다. 더불어 기술적인 부분, 스피드에서 특히 문전에서의 날렵함을 보여주고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분위기를 타면 폭발력이 엄청나지만) 정신적으로 아주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경기에서 자신감을 가지면 리듬을 타면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이지만 한 번 흐름이 끊기면,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그냥 포기해버리고 놓아버리는 특징이 있어서 상대의 그런 약점을 잘 공략한다면 대표팀이 사우디를 이기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대표팀 공격진의 유기적인 플레이와 역동성도 아쉽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기본적으로 축구에서는 한 명을 제치면 아주 드라마틱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어서 그것이 최고 전술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표팀이 우리 공간을 주지 않고 강력한 압박을 걸어오는 팀을 상대로 할 때 조금 더 좋은 경기를 펼치려면 최소한의 볼 터치로 상대 위험 지역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상대 위험 지역에서 크로스나 슈팅할 수 있는 거리에서는 드리블을 얼마든지 해도 되지만 직접 크로스나 직접 슈팅이 마땅치 않은 위치에선 볼 터치를 간단하게 하면서 상대 압박 타이밍을 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Q. 요르단에서 결정적 기회를 놓친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에 대한 팬들의 비난 목소리가 높다. 과도한 반응이라고 보는지.

- 과거 대표팀에 있었던 1992년부터 2011년까지 이런 식의 팬들 평가는 항상 있어 왔다. 많이 봐왔다.
기본적으로 팬들은 응원할 수 있는 권한도 있고 비판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고 생각한다. 응원을 받는 선수라면 어떤 비판이나 지적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규성 선수는 경험 많은 선수다. 외부 평가를 딛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쓴소리했던 팬들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득점하면 바로 또 박수를 쳐주기 때문에 경기 자체, 득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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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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