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한동훈의 선민후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기원전 3세기 전국시대 조나라는 천하의 보물인 화씨벽(비취 원석)을 얻게 된다.
이후 인상여는 사람을 시켜 화씨벽을 조나라로 돌려보낸 뒤 "강한 진나라부터 약속을 지키면 약한 조나라가 어찌 감히 따르지 않겠냐"고 진나라 왕을 설복, 무사 귀환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기원전 3세기 전국시대 조나라는 천하의 보물인 화씨벽(비취 원석)을 얻게 된다. 이를 탐낸 강대국 진나라는 화씨벽과 성 15개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조나라가 화씨벽을 건네도 진나라가 성을 넘길 리는 만무했다. 그렇다고 거절하면 이를 빌미로 쳐들어올 게 뻔했다. 이때 조나라의 사신으로 진나라를 찾은 게 인상여다. 그는 일단 진나라 왕에게 화씨벽을 바쳤다가 "실은 화씨벽에 작은 흠이 있는데 알려드리겠다"면서 돌려받은 뒤 돌연 "성부터 내주지 않으면 화씨벽을 던져 깨뜨리겠다"고 협박했다. 이후 인상여는 사람을 시켜 화씨벽을 조나라로 돌려보낸 뒤 "강한 진나라부터 약속을 지키면 약한 조나라가 어찌 감히 따르지 않겠냐"고 진나라 왕을 설복, 무사 귀환한다.
□ 조나라 왕이 인상여의 공을 높이 사 상경 벼슬을 내리자 장군 염파의 불만이 커졌다. 자신은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반면 인상여는 겨우 혀만 놀렸을 뿐인데 지위가 역전됐다며 분을 삼키지 못했다. 이런데도 인상여는 오히려 염파를 피해 다녔다. 이유를 묻자 인상여는 “지금 진나라가 우릴 치지 못하는 건 나와 염파가 있기 때문인데 두 호랑이가 싸우면 결국 누가 좋겠냐”며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사적인 원망은 뒤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얘기에 염파는 인상여를 찾아가 사과한 뒤 의기투합한다.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선공후사(先公後私)다.
□ 이 말이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선 선당후사(先黨後私)로 둔갑했다. 주로 당과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때 활용됐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 총질' 등을 이유로 쫓아낼 때도 이 용어가 등장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달 전 취임하며 "선당후사 대신 선민후사(先民後私)해야 한다"며 "국민의힘보다 국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2일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절하면서도 "저는 선민후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인상여가 조나라를 걱정할 때보다 더 위급하다. 핵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가진 북한은 연일 도발이다. 치솟는 물가에 민생은 파탄 직전이다. 출산율은 국가 소멸을 우려할 정도이고, 주력 산업의 경쟁력마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 위원장도 진정으로 공을 먼저 생각하고 사는 뒤에 둘 때다.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우 김지훈, 성수동 고급 아파트 '1억 5천'에 산 비결
- 지구대서 흉기 난동 50대, '무술 14단' 경찰이 제압
- 공포의 택시… 경부고속도로 경산에서 경주까지 40km 역주행
- [단독] 새마을금고 4843억 손실… 빌려준 돈 떼일 가능성도 높아져
- 서동주 "전 남친, 학력·직업·가족관계 모두 거짓"
- "엉덩이 주물렀는데" PT 트레이너 '성추행' 무혐의, 왜
- 내상 깊은 尹... ‘당무 개입’ ‘김건희 여사 여론’ 후폭풍
- 영하 30도 기차 밖으로 던져?... '고양이 강국' 러시아의 분노
- "남편 먼저 하늘로 떠나" 임영웅 공연 '호박고구마' 사연자 나문희였다
- [단독] 전문성 없어도 1억 연봉, 80대 현직…서민 돈 주무르는 '철밥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