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겨울철 비타민 공급원 `무`
요즘같이 추운 겨울의 별미를 꼽으라면 얼음이 살짝 언 동치미를 들 수 있겠다. 별다른 인공 조미료도 첨가되지 않지만, 사각사각 씹히는 무와 시원한 동치미 국물의 맛은 가히 우리 음식의 담백미(淡白味)의 최고봉이라고 하겠다.
온갖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이 식단의 중심을 차지한 오늘날, 무김치를 비롯하여 무채, 무국 등 무를 이용한 요리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요리로 꼽을 수 있겠다. 무는 우리와 친숙한 야채이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야채 중의 하나이다. 배추와 함께 김치의 주재료의 하나인 무는 우리나라의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야채다.
무는 달고 매운 맛이 적당히 잘 어우러져 생으로 먹기에도 나쁘지 않다. 무의 매운 맛은 유화화합물 때문인데, 트림이나 방귀에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에는 전분 분해 효소인 아밀라아제와 기타 생리적으로 중요한 작용을 하는 효소가 매우 많다.
무는 용도가 다양하여 버릴 곳이 없다. 무청도 섬유질이 풍부하여 시래기 국이나 나물의 재료로도 매우 유용하다. 무의 위쪽은 맛이 매워 된장국에 썰어 넣고, 가운데 부분은 단맛이 많아 절임에 쓰면 좋다. 깍두기는 밑이 퍼지고 단단한 재래종이 좋으며, 동치미는 작고 동글동글한 것으로 담가야 맛이 있다.
무는 다듬을 때 껍질을 도려내지 말고 깨끗이 씻어서 먹는 것이 좋다. 무의 껍질에는 속보다 비타민 C가 더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C는 무와 잎사귀인 무청에 공통적으로 함유돼 있지만 비타민 A의 근원이 되는 카로틴이나 철, 마그네슘, 칼슘 등의 성분은 무청에 많다. 따라서 가능하면 무청이 달린 무를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덤덤해 보이는 무에 뜻밖에 뛰어난 약효가 있다. 먼저 기를 내리는 '하기'(下氣) 작용이 있어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에도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과식했을 때 무즙을 내 먹으면 소화가 잘 될 뿐 아니라, 식품의 산도를 중화시켜 주기도 한다. 흔히 육류를 먹을 때 무채를 곁들이는 것은 산성식품인 육류를 중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또, 무는 담을 삭이고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준다. 특히 무즙의 매운맛은 항균성을 내포하고 있어 발암물질 작용을 억제하고, 니코틴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좋다. 단, 무즙은 공기와 접촉되면 금방 산화하므로 갈아서 바로 먹도록 하여야 한다. 열이 날 때 무즙을 마시면 열을 내리기도 한다. 기침이 나며 인후통이 있을 때 무를 잘게 썰어 물엿에 담가 두었다가 물과 섞어서 한 잔씩 먹거나 귤껍질과 도라지를 넣고 달여 마셔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요즘 주위에 인삼이 몸에 좋다하여 인삼이나 홍삼을 장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삼이나 홍삼을 오래 먹으면 두통이나 가슴의 두근거림, 눈의 충혈 같은 부작용이 생기는 사람들이 간간이 있다. 이는 일명 '인삼독'(人蔘毒) 혹은 '인삼 종합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부작용 증후군이다. 이럴 때 무를 대량으로 달여 먹으면 인삼의 부작용을 경감시켜 준다.
흔히 민간에서 지황(地黃)이 든 한약과 무를 같이 먹으면 흰머리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이는 무밭에 지황이 자라지 못한다하여 나온 말인데, 보하는 성질의 지황과 하기(下氣)시키는 무가 서로 어울리지 않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둘을 같이 먹는다고 해서 머리가 희어지지는 않는다.
무를 소개하면서 순무를 그냥 지나칠 순 없겠다. 순무는 강화도에서 많이 나며 무의 사촌 쯤 된다. 순무에는 독특한 맛이 있는데, 달면서도 겨자에 인삼 향이 깃든 특이한 맛이 난다. 순무는 동의보감에 만청(蔓菁)으로 기재되어 있다. "순무는 맛이 달고 오장에 이로우며, 소화를 돕고 종기를 해소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하고 갈증을 푼다"라고 되어있다.
부산대 김치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순무김치는 간에서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효과를 증대시킨다"고 한다. 암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의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음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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