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尹·韓 회동 추진… 김 여사 논란엔 ‘사과 불가’ 고수

이현미 2024. 1. 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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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신뢰 확인… 대화 필요”
김 여사 논란엔 사과는 불가 입장
尹, 국민에게 직접 입장 밝히고
제2부속실 신설·특감반 부활 등
재발방지책 내놓는 방안 거론돼
김경율 거취 문제는 잠복된 불씨
한동훈, 金 사퇴론에 “들은 바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서천 회동’으로 여권 ‘투 톱’ 간 정면 충돌 위기가 임시 봉합된 가운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추가 대화를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함정 몰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앞뒤 정황에 대한 국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부족해 갈등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보고, 향후 해당 이슈에 대한 입장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서천 회동을 통해) 상호 신뢰와 나라를 걱정하고 있는 진의를 확인한 만큼 (대통령실과 여당이) 국정 파트너로서 역할을 잘하기 위한 밀도 있는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초청하는 방안은 현재 검토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어떤 형식이든 간에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피해 상황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두 사람이 전날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둘러보면서 극적인 ‘화해 무드’가 조성됐지만 아직 구체적 쟁점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진 건 아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선친과의 인연을 강조해 접근한 뒤 함정 몰카를 찍고 정치적 공작에 나선 범죄 행위”라며 ‘사과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문제를 여권에서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꺼낸 한 위원장과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에 대한 문제 의식과 배신감이 이번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리스크 관련 입장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부각될 당시 “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던 것에 비해 톤이 낮아졌다. 여권 관계자는 “갈등 봉합에 뜻을 둔 이상 한 위원장이 더 이상 김 여사 문제를 거론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던 한 위원장이 해당 이슈를 이대로 뭉개고선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뉴스1
이런 점에선 대통령실이 한발짝 움직이며 명분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당초 검토했던 특정 방송사와의 인터뷰가 그 창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제2부속실 신설, 특별감찰관 임명 등 제도적 보완 장치를 갖추는 방안도 해법으로 거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 명품백 논란과 관련한 작업 세력의) 공격적 행태에 대해 지적하되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이해를 구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할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뉴스1
김 여사를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김 위원의 거취 문제는 잠복된 불씨로 남아 있다. 한 위원은 일각에서 김 위원 사퇴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그런 얘기는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은 최근 발언을 자제하고 ‘로 키’를 유지하고 있지만 친윤계 사이에는 향후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남아 있다.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의 서울 마포을 전략공천을 시사한 만큼 공천은 주되 비대위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둘 다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이 친윤계에서 나온다.

공천 문제도 잠복된 폭탄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의 한 다선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과 비대위원장이 싸웠느니 화해를 했느니 하는 건 두 번째 문제고 총선 승리를 위해 결국 문제가 되는 건 공정한 공천을 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갈등 봉합을 보는 당내 시각도 엇갈린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아주 굿 뉴스”라며 “공관위원장으로서는 두 분께 너무 감사드리고 전체 큰 구도에 있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웅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현재 상황을 ‘적과의 동침’을 의미하는 오월동주(吳越同舟)에 빗대며 “한 쪽(한 위원장)은 배짱이 없는 것이고 한 쪽(윤 대통령)은 실탄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현미·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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