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법에 中企 속타는데 … 野 "산안청부터 설립" 막판까지 어깃장
與野대표 회동했지만 평행선
野 "산안청 설립안 수용하면
내달 1일 국회서 유예안 처리"
與 "청 설치는 어렵다" 난색
국회 간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영세중기 속수무책 폐업 위기"
여야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27일부터 전국 80만개 영세 사업장이 처벌 공포에 내몰리게 됐다. 야당은 유예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하더라도 다음달 1일 본회의 처리를 주장하고 있어 법 시행 전 유예안 통과는 사실상 무산됐다.
24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5일 본회의와 관련해 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이 있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여야 입장 차이가 있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5일 오전까지라도 협의를 이어가도록 논의했다"고 밝혔다.
여야가 합의하면 다음달 1일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법안 통과 조건으로 내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에 국민의힘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만약 여당이 전향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에) 임해 합의된다면 2월 1일 본회의 때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면서도 "여전히 반대 입장인 당내 강경파 의원과 노조를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2021년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산업안전보건본부로 승격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또 청을 만들겠나"며 "청 설치는 어렵다는 게 정부와 여당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민주당이 조건만 안 붙이면 언제든지, 지금이라도 당장 합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지난해 말 제시한 △준비 미흡에 대한 정부의 사과 △정부의 후속 대책 △더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경영계 약속 등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위한 3대 전제 조건'을 이미 정부와 경영계가 이행했는데도 민주당이 또 다른 전제 조건을 꺼내 들었다는 입장이다.
양당은 서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윤 원내대표는 "국회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입법적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 것은 국회 기본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상하는 동안 우리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민주당 요구 조건이 있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치했다"며 "(민주당이) 새로운 조건을 자꾸 들고나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홍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이 모든 잘못을 야당에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는 정부·여당이 유예 이야기를 꺼낸 초창기부터 내가 제시했다"며 "이제 와서 야당의 추가 조건이라고 하는 것은 내 얘기를 귓등으로도 안 들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경영계는 민주당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 처리를 거듭 요청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83만7000개의 50인 미만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800만명의 고용과 일자리에 미칠 것이 자명하다"며 유예안 처리를 촉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각각 만나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강행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 의무 등을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등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2021년 1월 법이 시행됐지만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간 법 적용을 유예했다. 그간 경영계는 영세 사업장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년 추가 유예를 요구해왔고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윤식 기자 / 안정훈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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