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고준위 특별법

강동효 기자 2024. 1. 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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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감독과 주연배우가 활약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에미상 시상식에서 8관왕을 석권했다.

영화 '기생충' '미나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수많은 K콘텐츠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꽃길을 걷고 있다.

한국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했던 스크린쿼터제는 논란도 있지만 우리 영화가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시설 건설이 지연되면 원전 수출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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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용 국립한국교통대학교 행정정보융합학과 교수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시급한데
법적 기반없어 정책 추진 못해
부지선정 지연땐 국민안전 위협
21대 국회 특별법 통과 합의해야
정주용 국립한국교통대 행정정보융합학과 교수
[서울경제]

한국계 감독과 주연배우가 활약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에미상 시상식에서 8관왕을 석권했다. 영화 ‘기생충’ ‘미나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수많은 K콘텐츠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꽃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꽃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영화는 할리우드와 홍콩·일본 영화에 밀려 고전했지만 많은 노력과 제도적인 환경 조성에 힘입어 발전을 거듭한 끝에 현재의 경쟁력을 갖췄다. 스크린쿼터제의 정착도 한몫했다. 한국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했던 스크린쿼터제는 논란도 있지만 우리 영화가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법과 규정을 포함한 제도적 환경의 조성은 특정 산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국가나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면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 제때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만 성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여전히 처리되지 못한 법들이 있어 마음이 조급해진다.

대표적인 법안이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발전을 하고 난 후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말한다. 그동안 사용후핵연료는 각 발전소 안에 있는 습식 수조에 보관해왔는데 습식 수조의 저장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로 인해 원전 부지 내 임시로 건식 저장 시설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습식 수조도, 건식 저장 시설도 임시적인 저장이지 영구적인 처분장이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원전 지역 주민들은 임시 저장 시설이 영구 처분장으로 둔갑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아직 영구 처분장 확보를 위한 법이 없어 이러한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영구 처분장을 포함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시설 확보 시한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7년까지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2008년 경주로 선정된 것도 당시 제정한 특별법 덕분이었다. 정부는 법적 기반 없이 정책을 추진할 수 없고 법적 기반이 없는 정부의 정책 추진을 국민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시설 건설이 지연되면 원전 수출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주요 원전 운영국은 방폐장 부지를 선정했거나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논의는 했지만 부지 선정 절차를 진행할 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중차대한 순간에 특별법이 통과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안전은 물론 산업 발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게 자명하다.

우리는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로 경제성장을 이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원자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부산물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제때 결정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 특별법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2008년 중·저준위 방폐장을 선정한 뒤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여전히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국회는 현세대의 책임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지 않도록 특별법 통과에 합의해야 한다. 만일 이번 21대 국회에서 타이밍을 놓친다면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증폭시킬 것이다. 한번 타이밍을 놓치고 나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불확실하다. 아니 아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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