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무너진 펀드 … 2차전지ETF 추락
펀드수익률 줄줄이 마이너스
국내주식형, 코스피보다 낮아
해외주식형만 간신히 플러스
290억 몰린 2차전지레버리지
한달 새 수익률 32% 떨어져
올해 들어 국내 증시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의 새해 성적표가 암울해지고 있다.
일반 공모펀드부터 개인투자자가 주식처럼 단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국내 증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면 올해 펀드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대부분의 국내 자산 투자 펀드 수익률이 연초 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자산 총액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며 이 중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3분의 2 이상인 국내 주식형(1012개)은 2~23일 평균 수익률이 -7.45%로 주요 유형별 펀드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인 -7.16%를 밑돈다.
국내 채권과 주식을 섞어 투자하는 국내 혼합형(635개)은 -1.14%, 국내 채권과 현금성 자산에 대부분 투자해 증시 하락에 강한 국내 채권형(328개)도 -0.26%로 수익률이 저조했다.
같은 기간 일본 주식형이 6.13%, 베트남 주식형이 5.64%를 기록하는 등 주요국 증시 호조 영향에 해외 주식형(1025개) 수익률이 1.37%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세부적으로 보면 분위기가 더 어둡다.
펀드매니저의 운용 역량에 따라 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는 이 기간 수익률이 -4.59%인 반면, 주로 국내 주식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8.51%까지 떨어졌다. 특히 올해 들어 하락이 두드러진 산업군 실적이 반영된 까닭에 지수 추종형 가운데서도 특정 산업군에 투자하는 인덱스 주식 섹터형 펀드는 수익률이 -10.42%에 그쳤다.
2차전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9개가 2차전지 종목일 만큼 인기를 누리던 이 섹터는 올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어닝쇼크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섹터 주요 종목과 ETF까지 모두 하락세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 주요 2차전지 종목 15개에서 60조원이 증발했다. 2차전지 시가총액 상위 15개 종목의 시총 총합은 전날 기준 291조원대로 연초 356조원대에 비해 65조원 이상 감소했다.
특히 올해 들어 코스피·코스닥 전체 시총은 150조원 넘게 줄었는데, 2차전지 종목에서 빠진 금액만 절반에 가깝다. 2차전지 부진이 곧 코스피와 코스닥 하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하락세는 주요 2차전지 기업으로 종목을 구성한 2차전지 ETF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1개월간 개인 순매수가 200억원 넘게 들어와 꾸준히 이른바 '물타기'를 하고 있지만, 마이너스 폭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개월간 개인 순매수 10위를 차지한 '코덱스(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에는 289억원의 매수세가 붙었다. 하지만 레버리지 특성상 손실도 2배로 나기 때문에 현재 수익률은 -32%다. 'KODEX 2차전지산업' 역시 개인 순매수가 206억원어치 들어왔음에도 -17% 수익률을 냈다. 79억원의 개인 순매수가 나타난 '타이거(TIGER) 2차전지TOP10'은 -18%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역성장,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 주가는 작년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연초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올해 국내 2차전지 업종 주가 흐름은 박스권에서 변동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태성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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