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김판곤)는 카리스마형 지도자···한국과 좋은 경기 펼치길” 말레이팬의 응원[스경X도하 메일]
“KPG(김판곤)는 카리스마형 지도자다. 어린 선수 육성도 잘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평가가 좋다. 만족한다.”
카타르 도하의 한 인도 음식점에서 만난 말레이시아인 파딜(40)은 2023 아시안컵에서 자국 대표팀을 이끄는 한국인 감독 김판곤에 대한 말레이시아 내 평가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같은 E조에 속한 말레이시아는 이미 2패로 조 최하위로 떨어지며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그런데도 감독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파딜은 말레이시아의 조별리그 탈락의 원인으로 토너먼트 대회 경험 부족을 들었다. 말레이시아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으로 본선에 올랐던 2007년 대회를 제외하면 김판곤 감독의 지도로 44년 만에 자력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말레이시아는 1980년 쿠웨이트에서 열린 대회 이후에는 번번이 예선에서 떨어졌다.
김판곤 감독은 팀이 민첩하고 기술적으로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선수들을 치켜세웠고, 이번 대회를 통해 더 높은 기량을 갖춘 팀들과 겨루면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기에서 지기는 했어도 그가 바란 대로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특히 측면에서 약속된 움직임으로 공격 숫자를 늘려가며 위협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더라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축구에 말레이시아 팬들의 자국 대표팀을 향한 애정도 커진 것처럼 보인다. 파딜과 함께 식당을 찾은 제이슨(37)은 “축구때문에 파딜과 친구가 됐다”면서 “14일부터 카타르에 들어왔다. 이번 아시안컵을 보면서 관광하려고 50명이 함께 왔다”고 전했다. 제이슨은 “아마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도 한국이 이길 것”이라면서도 “좋은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며 자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25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과 맞붙는다. 16강 진출 실패로 동기 부여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만약 대패한다면 김 감독으로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김 감독은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을 맡아 파울루 벤투 감독을 영입해 카타르월드컵 16강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그만큼 한국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한국이 방심하면 안 되는 이유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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