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한동훈 ‘불협화음’이 남긴 것들

구민주 기자 2024. 1. 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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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임시 봉합’…‘역린’ 김건희‧‘차기’ 한동훈 존재감 증명
김건희‧김경율 행보로 ‘권력 무게추’ 확인될 듯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이틀 만인 23일 일단 진정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갈등의 본질이 그대로 살아있는 만큼, 머잖아 둘 사이 더 큰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건희 여사‧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가 어떻게 판가름 나느냐에 따라 비로소 여권 권력의 무게추가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전날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예정에 없던 만남을 가졌다.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사퇴 요구를 받은 후 거절한 지 이틀 만이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하자 '90도 인사'로 맞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감싸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함께 상경했고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존중과 신뢰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둘 사이 갈등이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일단 이번 첫 번째 충돌에선 한 위원장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이번 충돌로 인해 김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의 '역린'임이 재확인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이번 사태로 현 정부에서 김 여사가 실세인 사실만 더 증명한 셈이다. 여기에 당무개입 논란까지 얹혀버렸다"며 "용산은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위원장의 경우,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용산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어느 정도 희석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번 사태에서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친윤들의 목소리가 결집되지 못했다. 과거 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연판장'을 돌리는 등 화력을 과시했던 것과 분명히 다른 흐름이다. 한 위원장의 책임론을 공개 언급한 의원은 이용‧김영선 등 극히 일부였다. 벌써부터 한핵관(한동훈 핵심 관계자), 신구권력 등의 표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한 위원장으로선 플러스, 윤 대통령으로선 상당한 타격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율 거취로 판가름 날 윤-한 갈등 승패

하지만 둘 사이 주도권 갈등의 승부는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갈등의 단초가 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응, 그리고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문제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24일 김 여사‧김 비대위원 관련한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굽히거나 바꾸진 않았다. 그는 김 여사 의혹에 관한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고만 말했다. 앞서 그는 비슷한 질문에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김 비대위원 사퇴가 출구전략인지' 묻는 질문에도 그는 "그런 얘기는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당사자인 김 비대위원 역시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히며 버티기를 예고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갈등 봉합을 위해 김 비대위원의 사퇴가 필수적이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결국 며칠 내로 판가름 날 김 비대위원의 거취에 따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승패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비대위원이 버티지 못하고 사퇴할 경우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돼 리더십 위기가 본격화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 문제를 앞장서 제기한 김 비대위원이 물러날 경우 여권 내 '김건희 성역화' 이미지가 더욱 굳어져 여론에 악영향을 끼칠 거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김 여사가 논란에 직접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한 후, 김 비대위원 측이 이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비대위원직에서 사퇴를 하며 적절히 타협점을 찾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임시 봉합일 뿐, 본격적인 공천 정국이 열리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주도권 싸움은 더욱 본격화 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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