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한동훈 ‘불협화음’이 남긴 것들
김건희‧김경율 행보로 ‘권력 무게추’ 확인될 듯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이틀 만인 23일 일단 진정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갈등의 본질이 그대로 살아있는 만큼, 머잖아 둘 사이 더 큰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건희 여사‧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가 어떻게 판가름 나느냐에 따라 비로소 여권 권력의 무게추가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전날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예정에 없던 만남을 가졌다.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사퇴 요구를 받은 후 거절한 지 이틀 만이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하자 '90도 인사'로 맞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감싸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함께 상경했고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존중과 신뢰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둘 사이 갈등이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일단 이번 첫 번째 충돌에선 한 위원장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이번 충돌로 인해 김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의 '역린'임이 재확인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이번 사태로 현 정부에서 김 여사가 실세인 사실만 더 증명한 셈이다. 여기에 당무개입 논란까지 얹혀버렸다"며 "용산은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위원장의 경우,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용산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어느 정도 희석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번 사태에서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친윤들의 목소리가 결집되지 못했다. 과거 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연판장'을 돌리는 등 화력을 과시했던 것과 분명히 다른 흐름이다. 한 위원장의 책임론을 공개 언급한 의원은 이용‧김영선 등 극히 일부였다. 벌써부터 한핵관(한동훈 핵심 관계자), 신구권력 등의 표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한 위원장으로선 플러스, 윤 대통령으로선 상당한 타격이라는 지적이다.
김경율 거취로 판가름 날 윤-한 갈등 승패
하지만 둘 사이 주도권 갈등의 승부는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갈등의 단초가 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응, 그리고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문제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24일 김 여사‧김 비대위원 관련한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굽히거나 바꾸진 않았다. 그는 김 여사 의혹에 관한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고만 말했다. 앞서 그는 비슷한 질문에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김 비대위원 사퇴가 출구전략인지' 묻는 질문에도 그는 "그런 얘기는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당사자인 김 비대위원 역시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히며 버티기를 예고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갈등 봉합을 위해 김 비대위원의 사퇴가 필수적이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결국 며칠 내로 판가름 날 김 비대위원의 거취에 따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승패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비대위원이 버티지 못하고 사퇴할 경우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돼 리더십 위기가 본격화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 문제를 앞장서 제기한 김 비대위원이 물러날 경우 여권 내 '김건희 성역화' 이미지가 더욱 굳어져 여론에 악영향을 끼칠 거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김 여사가 논란에 직접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한 후, 김 비대위원 측이 이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비대위원직에서 사퇴를 하며 적절히 타협점을 찾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임시 봉합일 뿐, 본격적인 공천 정국이 열리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주도권 싸움은 더욱 본격화 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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