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 R&D에 '자율'을 줘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했다.
우리나라에는 항우연처럼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을 위한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다.
정부는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오던 국가 R&D 예산을 올해 16.6% 줄였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국가 R&D가 정치·관료·규제에서 철저히 독립해야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했다. 누리호 성공 이면에는 1990년부터 30년 넘게 이어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항우연의 노력과 열정에 감사하다. 우리나라에는 항우연처럼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을 위한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다. 항우연처럼 오랜 기간 도전적 과제를 틀어쥐고 큼직한 결실을 내는 곳은 드물다. 국내 대부분 연구기관은 정치에 휘둘리는가 하면 관료 통제로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제대로 성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책 방향에 가슴 졸이며 지켜본다. 예산과 인사권을 쥔 관료 눈치를 보고 각종 규제에 짓눌린다.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만 해도 정권이 바뀌며 이리저리 휘둘리다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이던 우리 원자력 기술 분야만 후퇴시킨 꼴이 됐다.
R&D 예산 감축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오던 국가 R&D 예산을 올해 16.6% 줄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강조한 '글로벌 R&D' 예산만은 전년보다 3배 넘는 1조8000억원으로 확대했다. 해외 공동 연구를 위한 파트너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부터 늘렸다. 갑작스러운 R&D 예산 삭감은 진행 중인 R&D 중단과 축소로 이어져 고스란히 국민과 과학기술계가 그 짐을 짊어질지 걱정된다. 석박사급 비정규직 연구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얘기도 벌써 들린다.
연구기관 특성을 무시한 각종 규제 역시 과학기술계를 힘들게 한다. 성과 중심 연구과제 수행 제도인 PBS(Performance Budgeting System)가 대표적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정부 출연금 외에 국가 R&D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비와 연구원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다. PBS 도입 이후 국내 연구기관들은 항우연처럼 도전적인 연구과제 대신 연구비와 인건비를 쉽게 확보하는 연구에 매달린다.
임금피크제, 샐러리캡, 블라인드 채용 등 연구 현장에 맞지 않는 각종 규제도 연구자들 숨통을 조인다. 국책연구기관은 일반 공기업과 성격이 다르다. 실패를 감수하고 도전적인 연구과제를 진행하는 연구기관에 공기업 잣대를 들이대면 연목구어일 뿐이다.
이런 현실임에도 기술패권 시대엔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해 세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치에 휘둘리고, 관료 통제를 받으며,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새로운 시도조차 어려운 국내 연구 환경에서는 딴 세상 이야기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국가 R&D가 정치·관료·규제에서 철저히 독립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과학기술 예산의 정쟁화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항우연도 당장 성과에 연연해 쉬운 과제에만 매달렸다면 이런 결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과학기술 연구기관에는 단기 성과 위주에서 탈피해 중장기 거대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대화와 설득으로 조정하는 장치일 뿐이다.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려면 오히려 과학기술에 기대는 게 빠르고 효과적이다.
오는 총선에선 과학기술 R&D 예산의 독립과 규제 철폐에 관심을 쏟고 심혈을 기울이는 인재가 많이 발탁돼 국민의 선택을 받았으면 한다.
[홍장원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 의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서랍서 뒹구는 ‘이것’, 요즘 없어서 못 판다고?…전세계 중고폰 인기 왜 - 매일경제
- “인당 4만원 내고 ‘차마카세’ 누가 가냐” 했더니…예약 꽉차서 못간다 - 매일경제
- 전직원 130명 한꺼번에 해고 통보…이 회사 알고보니 더욱 충격적 - 매일경제
- 잘파세대 좋아하는건 다, 옥상엔 펫파크…용진이형 야심작, 스타필드 수원 가보니 [르포] - 매일
- “아파트 사면 와이프 공짜로 드림”…‘폭망’ 위기 中회사 엽기광고 - 매일경제
- 女 거주 아파트 냉장고에 잘린 머리가 턱…제보받고 출동한 경찰들 소름 - 매일경제
- “나 죽거든 카톡은…” 본인이 직접 추모 프로필·유언 남긴다 - 매일경제
- “조용히 사라진 줄 알았나?”…670억 ‘한 방’ 투자나선 이 남자 - 매일경제
- 전세계서 1초에 53개씩 팔린 한국 제품…사상 최대 매출 쓴 ‘신라면’ - 매일경제
- 이정후, 트레이드되면 100만$ 추가로 받는다 [단독]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