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다움이란 기준에 맞나”... ‘미스 일본’에 뒷말 무성
일본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인 대회 수상자로 우크라이나 출신 귀화자가 선정된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회의 주요 심사 기준은 ‘일본다운 아름다움’인데, 서구 혈통의 여성이 이를 충족할 수 있느냐를 놓고 일본인들 사이에 뒷말이 오가고 있다.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도쿄에서 열린 ‘제56회 미스 일본 콘테스트’에서 대상인 ‘미스 일본 그랑프리’가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 시노 카롤리나(27)에게 돌아갔다. 시노는 부모가 모두 우크라이나인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고, 어머니가 일본인 남성과 재혼하면서 일본으로 이주해 다섯 살 무렵부터 일본에서 자랐다. 2022년 일본 국적을 취득해 현재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살고 있다. 시노는 수상 소감에서 “어릴 때부터 일본인으로 살아왔다. 일본인이란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며 “일본의 마음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 깃든다.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심사위원 30명이 후보들의 내면·외면·행동에서 ‘일본다운 아름다움’을 평가했다. 주최 측은 시노가 받은 그랑프리 상에 대해 “젊고 아름다운 가능성 넘치는 여성에게 주어지는 최고상”이라고 소개했다. 대회 출전 자격은 ‘일본 국적’과 ‘미혼 여성’ 등이었다.
하지만 시노의 수상 소식에 일부 네티즌 등이 항의했다. 일본 소셜미디어에는 그의 흰 피부와 깊게 팬 눈, 두꺼운 쌍꺼풀, 높은 콧대 등 서구적인 외모를 두고 “일본다움이란 기준에 맞느냐”는 의견과 “일본 태생이 아니며, 국적 취득도 최근에 했다” 등 논란이 제기됐다. 반면 시노의 수상이 문제 될 것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미디어 평론가 후지와라 가즈에는 “심사에 ‘인종의 벽’이 세워져선 안 된다”며 “일본 국적을 가진 것이야말로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한다”고 했다.
1950년 시작한 이 대회는 매년 ‘물의 천사’ ‘나무·숲 대사’ ‘미스 스포츠’ ‘미스 기모노’ 등 부문별로 10명 안팎을 선정해 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친선 대사로 활동했던 여배우 후지와라 노리카(53), 자민당 소속 가네코 메구미(46) 전 중의원 의원 등이 이 대회 출신이다. 지난해 수상자들이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단체 사진을 찍었을 정도로 대표적인 미인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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