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택배 하청노조와 교섭 의무”…2심 또 패소, 업계 반발
법원, ‘실질적 지배력설’ 인용
판결 확정시 원·하청 분쟁 전망
HD현대·롯데·한화 등 파장 우려
“기업 대응 준비 완료” 관측도
택배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로 조직된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원청인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교섭 의제는 ▲배송상품 인수시간 단축 ▲택배기사 1인당 1주차장 보장 ▲우천 시 상품보호 시설 설치 ▲주5일제 실시 ▲급지수수료 인상·개선 등이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교섭 상대방이 아니라면서 거부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교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보고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법상 택배노조와 교섭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구제 신청을 각하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실질적 지배력설’을 근거로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교섭 상대라고 봤다. 실질적 지배력설은 근로조건이나 노동관계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는 학설이다.
CJ대한통운은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택배노조의 교섭 상대가 맞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원청 사업주의 우월적 지위를 고려하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의 범위는 원청 사업주의 의사결정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그에 따라 하청 근로자의 근로3권 행사 범위도 좌우되는데 원청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근로조건의 범위가 넓을수록 하청 근로자가 원사업주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는 근로조건 향상의 범위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J대한통운은)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CJ대한통운 측 항소를 기각했다.
노동계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CJ대한통운을 향해 “택배노조의 교섭 요구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배노조도 같은 자리에서 “오늘 판결은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가 내린 유튜브나 구글 등이 하청 노동자의 공동사용자란 판결과 일본·유럽 등의 법원에서 내리는 판결과 정확히 일치하는 판결”이라고 했다.
김하경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실질적 지배력설 논거에 입각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원하청 교섭을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산업현장이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대법원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기업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단체교섭에서는 임금·근로조건이 의무적 교섭대상인 만큼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자가 교섭 상대방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노사 분쟁을 담당하는 한 노동위원회 관계자는 “CJ대한통운 원·하청 교섭 소송에서 회사가 패소해도 일선에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단체협약이 체결된 곳일 경우 교섭을 곧장 개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교섭단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교섭의제는 무엇으로 할지 등을 놓고 회사 측의 지연 전략이 충분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하청 교섭이 인정되면 불법파견 분쟁이 다시 한 번 산업현장을 휩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하청 교섭이 인정될 경우 파견의 범위에 들어가게 되고 자칫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직고용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사 분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대법원은 HD현대중공업 원·하청 교섭 분쟁과 관련해 법리에 대한 심층 검토를 진행 중이다. 같은 쟁점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제철, 한화오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제철, 한화오션 사건의 경우 중노위 단계에서 모두 원청이 하청노조와 교섭해야 할 사용자라는 판단이 나왔다.
CJ대한통운 사건은 대법원으로 공이 넘어갈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한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송부되면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도 “원청과 교섭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은 종잇장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택배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대리점의 경영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판단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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