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승리’ 벼랑에서 돌아온 피타, 전진당 훈풍 이끌까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고문의 지지자들이 24일(현지시간) 방콕 헌법재판소에서 피타 고문의 혐의가 기각되자 환호하고 있다. 김서영 기자

정치적 수세에 몰렸던 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진당(MFP) 고문이 벼랑 끝에서 돌아왔다. 태국 헌법재판소가 피타 고문의 미디어 주식 보유 혐의를 기각함에 따라, 하원으로 복귀해 다시 전진당을 이끌 가능성이 커졌다.

태국 헌재는 24일(현지시간) 오후 “iTV는 2007년 이후 미디어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않고 있으므로 더이상 미디어 업체로 볼 수 없다”면서 “헌법재판관 9인 중 8인이 이같이 판단함에 따라 그가 미디어 주식을 보유한 채 공직에 출마해 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 결과를 전망하는 의견이 많았으나, 예상을 뒤엎고 피타 고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5월 피타 고문이 이끌던 전진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자, 그가 하원의원 출마 등록을 할 당시 iTV 주식 4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헌재에 소를 제기했다.

태국 헌법 제98조과 101조는 신문이나 미디어 업체의 주인 혹은 주주는 하원의원직에 출마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하원의원직을 박탈당한다고 규정한다. 피타 고문은 선관위의 제소에 따라 이미 지난해 7월부터 하원의원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이는 지난 총선에서 전진당이 제1당이 됐음에도 피타 대표가 총리직에 오르는데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고문이 24일(현지시간) 방콕 헌법재판소에서 혐의가 기각된 이후 지지자들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서영 기자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고문이 24일(현지시간) 방콕 헌법재판소에서 미디어 주식 보유 혐의가 기각된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서영 기자

피타 고문은 작고한 부친에게 상속받은 iTV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iTV가 2007년 이후 더이상 미디어 업체로서 기능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미디어 주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재 역시 이날 iTV가 미디어 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파수 또한 없다면서,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헌재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판결을 기다리던 피타 고문의 지지자들은 결과가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우리의 피타가 돌아왔다”를 연호했다. 피타 고문의 얼굴이 그려진 마스크를 쓴 반싸콘(59)은 기자와 만나 “피타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결과”라면서 “피타가 다시 하원으로 돌아가 총리가 되길 바란다. 보수층은 피타와 같은 젊은 세대, 새 정치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고문을 지지하는 이들이 2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헌법재판소 앞에서 피타 고문을 응원하고 있다. 김서영 기자

피타 고문은 판결 이후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가능한 한 빨리 하원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내일도 해외에서 온 손님과 약속이 있다”며 미리 정해둔 일정을 소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피타 고문은 헌재에 출석하면서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태국 국민들을 위해 계속 봉사하고 일할 것이다. 이미 일년치 계획을 준비해뒀다”면서 “단지 돌아가는 것(detour)일 뿐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고문을 지지하는 이들이 2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진당을 상징하는 주황색 옷을 입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김서영 기자

이날 판결으로 피타 고문은 정치적으로 또 한번 반등할 기회를 갖게 됐다. 피타 고문은 지난해 총리 도전도 가로막히고 의원직도 정지당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나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꼽히면서 여전히 막강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만 전진당은 오는 31일 왕실모독죄(형법 제112조) 혐의로 열리는 헌재의 재판이 예정돼 있어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최근 태국에선 왕실모독죄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방콕 | 김서영 순회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