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기시감? 총선 후 윤석열·한동훈은 제 갈 길로?[여의도앨리스]

정대연 기자 2024. 1. 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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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갈등 국면에서 ‘일단 멈춤’을 택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3일 윤 대통령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방문한 뒤 ‘갈등이 봉합된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대통령님에 대해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24일에는 갈등 원인이 된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에 관한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것에 대해 더 말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여권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시각은 많지 않다. 임박한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임시 봉합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과 보수진영 차기 대선 선두주자인 ‘미래 권력’ 한 위원장이 언제든 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안에선 총선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정부 출신 인사들을 당에 심으려는 윤 대통령과 원활한 대선 도전을 위한 당내 독자세력 확장을 염두에 둔 한 위원장 간 알력 다툼으로 2차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 큰 충돌은 총선 후에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총선 승리라는 공통 목표가 있어서 갈등이 봉합됐지만 선거가 끝나면 노골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전후한 윤석열·이준석 갈등이 대표적 선례다. 이 때문에 ‘윤·한 갈등’을 두고 “기시감이 든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22일 시사인 유튜브에 출연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 위원장을) 물러나게 할 순 없으니 외견상으로는 윤 대통령이 물러서는 것처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준석의 선례를 보라. 선거 끝나면 해코지하러 달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을 향해 “원래 (선거에서) 이겨도 쫓아내는 게 이 당(국민의힘)인데, 지금 선거(총선)는 이기기도 쉽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조건 36계가 답”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공헌했음에도 이후 윤 대통령에 의해 당 대표직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각각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후보였던 이준석·윤석열은 계속 파열음을 냈다. 이 대표와 윤 후보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대책위원회 내 지위와 역할, 선대위 인선 등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거기에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대표는 잠행을 택했다. 그리곤 나흘째 날인 2021년 12월3일 이 대표와 윤 후보는 이른바 ‘울산 회동’으로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둘은 서로 끌어안는 모습을 연출하며 “한 치 흔들림 없이 일체가 되자”고 선언했다.

일단락되는 줄 알았던 갈등은 그 후로도 계속됐다. 같은 달 21일 이 대표는 상임공동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조수진 당시 최고위원의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는 발언이 발단이었지만, 선대위 구성과 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이 대표와 윤 후보 간 갈등이 본질이었다. 김종인 당시 총괄선대위원장도 선대위 합류 33일 만인 2022년 1월5일 같은 이유로 윤 후보와 결별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는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인선안’을 두고도 충돌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이 대표는 “이준석이 울산 회동이나 이런 데서 1차전, 2차전은 승리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저 사람(윤 대통령)은 일기장에 써 놓는다. 저는 (대선에서) 지면 난리 칠 것 같았는데, 이기고 저러는 사람 처음 봤다”며 “‘이준석 때문에 0.7%포인트밖에 못 이겼다’는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당장은 총선 때문에 윤 대통령이 물러서고 한 위원장이 승리한 듯 보이지만, 총선이 끝나면 윤 대통령이 이번 일을 잊지 않고 한 위원장 축출에 나설 거란 뜻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대선 당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정말 마음을 풀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윤 대통령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지 못하니까 잠시 휴전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윤 대통령 심기를 거슬렀던 인사들이 모두 ‘제압당한’ 사실을 보면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3·8 전당대회 때도 윤 대통령은 안철수·유승민·나경원 등을 모조리 눌러 앉혔다. 심지어 한 위원장 취임 직전엔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민 김기현 당시 대표마저도 당 대표직에서 사실상 물러나게 했다.

이들과 한 위원장은 경우가 다르다는 반박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검찰에서 20년간 이어진 선후배 관계여서 인간적 신뢰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보수 진영 내에서 현재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다른 인사들처럼 쉽게 쳐낼 수 없을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총선 후면 윤 대통령 임기가 중반에 접어드는 만큼 정권 초반과는 달리 윤 대통령 의지대로 여당을 좌지우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이번 갈등 사태에서도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사실상 한 위원장 편을 들며 침묵했다. 유력한 미래권력에게 찍히지 않으려 한 것이다.

“무조건 36계가 답”이라는 이 대표의 충고가 적절했는지는 총선 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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