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노조와 직접 교섭 동의 못해…대법원 상고할 것"
대리점연합 "대리점 존재 부정" vs 노조 "역사적 판결 환영"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CJ대한통운(000120) 등 택배사가 택배기사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 1심에 이어져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CJ대한통운은 판결문을 받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이 실질적으로 택배기사들의 업무에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판정이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되면서 최종 판결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도 같은 판결 시 유사한 분쟁이 한진(002320)·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업은 물론 중공업·제조업계까지 확산할 우려가 크다.
CJ대한통운은 24일 서울고등법원 행정6-3부(부장판사 홍성욱 황의동 위광하)이 내린 행정소송 2심 판결에 대해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받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 법률에 근거를 둔 시장경제 원리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불필요한 혼란으로 현장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대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서울고법은 CJ대한통운이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CJ대한통운이 실질적으로 택배기사들의 업무에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2021년 6월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가 택배노조-CJ대한통운 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 대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비롯됐다.
CJ대한통운은 중노위 판정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노동위 판정과 배치된다고 반발하며 '판정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사용자가 아니다'며 택배노조의 구제 신청을 각하한 바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하청인 대리점으로 택배기사들의 사용자가 아닌 만큼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도 이날 2심 판결에"전국 2000여개 대리점의 경영권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유감을 드러냈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은 "택배기사의 다양한 운영 방식과 근무 여건, 집화 형태 등을 결정하는 실질 사용자는 우리"라며 "그럼에도 1심에선 계약 당사자가 아닌 자가 단체교섭의 상대방인지 여부에 관한 법리 다툼이 이어지며 대리점은 실질적으로 배제됐다.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권 침해부터 생존권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에도 권리를 보호할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면서 "판결 결과에 따라 원청 택배사가 단체교섭에 응해 택배기사의 작업 시간, 작업 방식, 수수료율에 관한 계약 조건 등을 협의하면 대리점의 독립적 경영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고 택배사는 하도급법·파견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며 "원청과 교섭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은 종잇장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행은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택배사는 대리점과 택배 집배송 위·수탁 계약을 맺고,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다.
대리점연합은 "CJ대한통운 대리점은 전국에 2000여개소가 있으며 2만여명에 달하는 택배기사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있다"며 "적게는 5명부터 많게는 100명의 택배기사가 대리점에 속해 있고 전국에 있는 대리점별로 처리하는 물량, 집배송 구역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업무수행 방식과 경영 체계가 동일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각 대리점이 현장 상황에 맞게 작업 여건을 만들고 수수료 등 근로 조건을 직접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번 2심 판결은 신뢰와 상생으로 거듭나고 있는 택배 현장에서 갈등을 다시금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택배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대리점의 경영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판단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확정판결이 아니지만 업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택배노조 파업이 더 빈번해지고 거세질 것을 경계하고 있다. 택버업뿐 아니라 중공업 및 제조업계의 하청·재하청 노조들이 원청과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커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는"이번 판결은 '진짜 사장 나와라'라며 7여년을 넘게 외쳤던 택배 노동자들을 비롯한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절규와 외침이 옳았다는 것을, 노조법 2·3조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법률에 반하는 행위였음을 법적으로 확인받은 역사적 판결"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어 이해관계자 간 법리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CJ대한통운도 상고를 계획하고 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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