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한동훈 갈등 봉합됐지만...아직 남은 '김경율 뇌관'

[the300] '김경율 사퇴' 선 그은 한동훈…"김 여사 입장 표명, 등 떠밀려 하진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1.23.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된 가운데 아직 남은 뇌관인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사퇴론에 선을 그었지만, 이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면 언제든 충돌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우려다.

한 위원장은 24일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 사퇴가 출구전략이란 주장'에 대해 "그런 얘기는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갈등의 뇌관인 김 비대위원이 사퇴해야 완전한 갈등 해결로 갈 수 있다는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의 주장을 내친 셈이다. 김 비대위원도 사퇴할 의사가 없단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 관련 입장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엔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 더 이상의 논란 확산을 막고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출마할 의지가 있는 분인데 정리가 되겠나"라며 "여기서 누굴 억지로 쳐내려고 하면 더 일이 커질 것이다. '용산에서 그만두래' 말하고 다니면 어떡할 건가. 역풍이 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사과 입장도 밝혔기 때문에 일단은 발언을 좀 자제하면서 있다가 본인 선거 뛰러 나갈 때 비대위원직을 내려놓는 게 자연스럽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YTN라디오에서 "김 비대위원이 어떤 식으로든 물러나게 되면 한 위원장은 오랜 직장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바른말을 하는, 본인이 위촉한 비대위원을 버린 게 된다"며 "한 위원장의 주변 사람들이 따르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경율 비대위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29. /사진=뉴시스

우선 김 여사의 입장 표명이 있은 뒤에 김 비대위원이 거취를 정리해야 한단 분석도 있다. 양측 모두 한 발씩 물러나는 방안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결국 갈등의 고리를 풀기 시작했지만 갈등의 원인은 그대로 있지 않나"라며 "합당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문제의 핵심은 김 여사 의혹 아닌가. 그 부분을 김 비대위원이 국민 눈높이에서 말하고 한 위원장이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깨끗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면 김 여사의 해명이나 입장 표명과 제2부속실, 특별감찰관 도입 등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고 나면 이제 갈등을 촉발한 김 비대위원장도 적절한 타이밍에 거취를 정리하도록 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간 내에 김 여사의 사과 등 입장 표명을 기대하긴 어렵단 분석도 많다. 일단 갈등 국면을 어렵게 수습한 상황인 만큼 한 위원장을 비롯해 당 내에서도 최대한 관련 언급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용산에서도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생각은 하고 있지만 당장 등떠밀려서 하는 모양새로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어제 그렇게 (서천에) 가서 봉합을 한 것은, 더 이상 여사의 사과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며 "그러면 한 위원장은 본인이 했던 말하고 싸워야 되는 것이고, 이 발언들을 부정하는 순간 한 위원장이 갖고 있는 가치는 무너질 수가 있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