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하더니 "잠시 드릴 말씀이‥" 판사의 '당부'에 터져나온 울음

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50대에게 1심 선고가 내려지던 법정.

재판을 맡은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판사는 앞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13년보다 더 높은 징역 15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건물 9개로 임대사업을 하면서 모두 229명에게 보증금 180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앞서 '부동산 정책 변화와 금리 인상 때문에 보증금 반환을 못 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박 판사는 "경제 사정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임대인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자기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임대사업을 벌인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박 판사는 그러면서 20~30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낸 탄원서를 하나하나 읽기도 했는데, 선고가 끝난 뒤에는 "잠시 드릴 말씀이 있다"며 몇 가지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박 판사는 "험난한 세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기성세대로서 비통한 심정으로 여러분의 사연을 읽고 또 읽었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이어 "여러분은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라"며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여러분이 결코 무언가 부족해서 피해를 본 건 아니라는 걸 기억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박 판사가 말을 마치자 재판을 지켜보던 피해자들 사이에선 울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번 선고와 관련해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검찰의 구형보다 많은 형을 선고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같은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더욱 엄벌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영 판사는 앞서도 지난 연말 50대 노숙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뒤 '한파가 심한데 찜질방에서 자라'며 책과 함께 현금 10만 원을 건넨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곽동건 기자(kwak@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565440_364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