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늘린 비거리, 골프 악영향…공 규제 불가피"
지속가능성 위해 공 성능 제한
현재보다 미래 관점에서 접근
LIV 등 출신 장벽 두지 않아
韓골퍼들의 열정, 전세계 최고
"골퍼들의 비거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건 골프의 지속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미래 골퍼들에게 올바른 골프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새로운 규정을 통해 속도를 관리하게 됐다."
마이크 완 미국골프협회(USGA) 대표는 지난해 골프계 최고 화두 중 하나였던 2028년부터 골프공의 성능을 제한하는 근본적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7일 USGA와 R&A가 새롭게 제시한 골프공 규정은 세계 골프계를 뒤흔든 이슈였다. 프로골퍼는 물론 아마추어골퍼까지 적용되는 골프공 규제는 다양한 골프 기술을 되살릴 것이라는 긍정론과 골프 발전에 역행한다는 부정론을 함께 낳았다.
완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과거를 돌아봤을 때 앞으로 비거리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골프에 도움이 되지 않고, USGA가 고려해야 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작은 변화를 통해 속도를 관리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 골프공의 성능을 규제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USGA와 R&A가 새롭게 제시한 골프공 규정은 헤드 스피드 시속 125마일(약 201.1㎞), 발사각 11도, 분당 회전수 2200rpm으로 때렸을 때 비거리가 317야드를 넘으면 안 된다. 기존 골프공 테스트 기준은 헤드 스피드 시속 120마일(193.1㎞), 발사각 10도, 분당 회전수 2520rpm이다. 이 기준은 2028년 프로골퍼들을 시작으로 2030년 아마추어골퍼들까지 모든 골퍼에게 적용된다. 완 대표는 "비거리를 제한하는 이번 변화로 최근 골프장들이 느꼈던 토지 압박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완 대표는 한국 골프팬들에게 누구보다 익숙한 인물이다. 한국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커미셔너로 11년 넘게 일했기 때문이다. 여자골프 발전에 있어 절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인물인 완 대표는 2021년 USGA의 수장이 됐다. 완 대표는 USGA와 LPGA 투어의 차이점에 대해 "두 단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는 시기에 있다. LPGA는 현재에 집중하고, USGA는 다가올 미래에 중점을 둔다"며 "USGA가 골프공 성능 규제 등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30년과 50년 뒤에도 골프가 어떻게 하면 건강할 수 있을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말했다.
USGA를 이끈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완 대표는 몇 가지 굵직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US어댑티브 오픈 창설과 '15-30-45 프로그램' 신설, 미국 국가대표 개발팀 출범, US오픈·US여자오픈 총상금 증액, 전 세계 115개국 이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핸디캡 시스템 개발 등이 있다.
완 대표는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경쟁하는 US어댑티브 오픈을 2022년 처음 개최했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유소년 선수들의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도록 개발팀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며 "US오픈과 US여자오픈의 총상금 규모를 증액한 것도 우리가 이뤄낸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골프의 지속성을 위해 '15-30-45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향후 15년간 3000만달러를 투자해 골프장의 물·잔디 영양소 등 필요량을 45% 절감할 수 있도록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리브(LIV) 골프 창설 등 최근 일어난 골프계 변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완 대표는 "골프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수용하고 참여시킬 수 있는 충분히 큰 게임이다. 남자 프로골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근 골프계 변화를 보면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며 "골프계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골프계에 환상적인 시기"라고 강조했다.
US오픈 등 USGA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출신에 따른 장벽을 두지 않는 건 변함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에게 골퍼가 어디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US오픈의 경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출전권을 따낸 어떤 선수라도 출전할 수 있다. 개방적인 메이저 대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PGA 투어 커미셔너 시절 수많은 한국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여러 대회를 신설했던 그는 한국 골프에 대해 엄지를 세워 보였다. 그는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국 골프 시장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보낸 최고의 날이 많다"며 "한국 골퍼들 열정은 전 세계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그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던 한국 골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US여자오픈 총상금 증액 등을 이끈 완 대표의 여자골프에 대한 애정은 USGA에서도 변함없었다. 그는 "LPGA 투어가 중계되는 국가의 수를 보면 얼마나 인기가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며 "USGA는 미국 내 주니어 여성 골퍼의 수를 늘리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다. 최근 주니어 여성 골퍼가 두 배 이상 많아진 만큼 미래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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