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면 반칙, 20년 형동생의 약속대련 논쟁 [유레카]

이춘재 기자 2024. 1. 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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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련'은 태권도에서 공격과 방어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미리 약속한 대로 겨루는 것을 말한다.

사전 각본대로 공격을 주고받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실전(자유대련)에서 태권도의 여러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된다.

태권도의 약속대련과 비교되는 것이 가라테의 '슨도메'(寸止)다.

'한동훈 사퇴 요구설'이 보도된 지난 22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한동훈을 띄우려는 약속대련"이라고 촌평한 것이 발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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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련’은 태권도에서 공격과 방어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미리 약속한 대로 겨루는 것을 말한다. 사전 각본대로 공격을 주고받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실전(자유대련)에서 태권도의 여러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약속대련은 태권도 시범 공연에서 격파와 함께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싸우는 게 아닌데도, 절도 있고 과장되지 않은 동작을 통해 태권도가 실전에서 얼마나 유용한지 잘 보여준다.

태권도의 약속대련과 비교되는 것이 가라테의 ‘슨도메’(寸止)다. ‘직전에 멈춘다’는 뜻의 슨도메는 실제로 상대방을 때리지 않고 타격 지점 앞에서 멈추는 것이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기술인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공식 경기에 적용되는 규칙이 됐다. 실제 경기에서는 몸에 터치하는 정도가 허용된다고 한다. 2020 도쿄 올림픽 때 처음 정식 종목이 된 가라테 남자 75㎏ 이상급 결승전에서 상대를 하이킥으로 기절시킨 사우디아라비아 선수가 오히려 반칙패를 당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실제 타격을 금지하는 룰을 어겼기 때문이다. 금메달은 혼절해서 실려 나갔던 이란 선수가 받았다. 이런 황당한 규칙 탓인지 가라테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과’를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충돌을 두고 ‘약속대련’ 논쟁이 일었다. ‘한동훈 사퇴 요구설’이 보도된 지난 22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한동훈을 띄우려는 약속대련”이라고 촌평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맞서 ‘친윤 핵심’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은 “이 대표의 상상력일 뿐”이라고 맞받아쳤고, 한 위원장도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짜고 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뒤 화재 현장인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폴더 인사’와 ‘악수’로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확전은 공멸’이라는 판단에 따라 갈등을 일단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굳이 비교하자면 ‘약속대련’보다 ‘슨도메’에 가까워 보인다. 일본에서 가라테로 이름을 날린 최영의는 “슨도메로는 진짜 실력을 알 수 없다”며 실제 타격이 이뤄지는 ‘극진 가라테’를 추구해 일본 무도인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무술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정치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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