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연승…경제·이민 불만에 보수 공화당원 ‘몰표’

김유진 기자 2024. 1. 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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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 내슈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축하 파티에서 승리 연설 이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는 이길 것이다.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미국은 끝장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리가 확정된 후 축하 파티에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또 다른 ‘승리’를 강조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성큼 다가선 만큼 이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본선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지지자들은 “USA!”를 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내리 과반 2연승을 거머쥐는 기록을 세우면서, 오는 11월 대선은 4년 만에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의 양자 대결로 압축된 이번 경선에서 개표가 88% 진행된 현재 54.6%를 득표했다. 헤일리 전 대사(43.2%)를 11.4%포인트 차로 앞섰다. 중도 및 무당층 유권자가 많아 헤일리 전 대사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여겨진 뉴햄프셔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트럼프 독주 구도는 확고해졌다. 다음 경선이 치러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2월24일)는 헤일리 전 대사가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고향’이지만, 그는 이곳에서조차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0%포인트 가량 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아닌 누군가가 이길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 것으로 보였던 지역이 헤일리의 뉴햄프셔 승리였다”며 “사실상 (공화당 경선은) 모든 것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NN·CBS·워싱턴포스트 등 미 선거공동취재단의 출구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원, 보수 성향 유권자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청년층, 대졸 미만 학력 소지자의 지지도 높게 나왔다. 특히 뉴햄프셔 경선 참여자의 51%인 등록 공화당원의 7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트럼프 지지자 70%는 자신의 이념 성향을 ‘보수’로 인식했다.

이는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인 경제와 이민 문제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처에 불만을 느낀 트럼프 지지층이 대거 결집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날 오후 두 살, 네 살 난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맨체스터 7구역 투표소를 찾아 온 20대 멜라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표를 던졌다면서, “내게 이번 선거는 일종의 시위 투표(protest vote)”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사는 게 쉽지 않았지만 바이든 집권 이후 3년 동안 경제가 너무 나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오전 주도 콩코드 남쪽에 있는 훅셋 1~6구역 투표소를 찾은 80대 부부 레이와 폴린도 “바이든은 우리가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세금을 물리고 있고, 아무 대책 없이 돈만 뿌리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는 이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 참여자의 43%인 무당층으로부터 60%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도 무당층 38%의 지지를 얻는 등 헤일리 지지층의 응집력은 트럼프 지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다. 트럼프 승리 축하 파티에 참석한 60대 리사는 헤일리 전 대사에 투표할까 고민하다 결국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했다. 리사는 “트럼프가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가 불쾌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로서 바이든 정부 들어 너무 힘들어졌고, 바이든이 돌아올 가능성을 막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패배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콩코드 선거대책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 우위가 재확인되면서 헤일리 전 대사의 경선 잔류와 상관없이 미 대선 레이스는 ‘본선 모드’로 급격히 전환될 전망이다. 이미 결과가 예견되는 당내 경선에 매몰돼서 쓸데없이 힘을 빼지 말고, 일찌감치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에 대비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런던데리의 투표소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본선으로) 관심이 이동했다”면서 “가장 큰 이슈는 국경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급증한 미 남부 국경을 거쳐 무단 입국하는 이민자 문제의 대선 쟁점화를 예고한 것이다. 그는 연설에서도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감옥, 병원 등에서 흘러들어와 우리나라를 죽이고 있다”는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세론을 등에 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향후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햄프셔 승리가 확정되자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이제 분명해졌다”면서 “민주주의, 임신중지에서 투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개인의 자유에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는 것이 나의 메시지”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비공식’으로 치러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7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하면서 재선 도전의 첫발을 순조롭게 내디뎠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맨테스터 7구역의 카디널 커뮤니티 센터 내 체육관에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맨체스터/김유진특파원

하지만 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높은 데다 열성적인 ‘친트럼프’ 현상 만큼이나 ‘반트럼프’ 정서도 뿌리 깊다는 점은 본선 레이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넘어야 할 과제로 분석된다.

본선 대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사법리스크’나 2020년 대선 결과 조작 주장에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날 헤일리 전 대사에 투표했다고 밝힌 뉴햄프셔 유권자들은 하나같이 “절대로 트럼프는 뽑지 않을 것” “트럼프에 비하면 바이든이 덜 나쁜 쪽”이라고 말했다.

맨체스터·내슈아(뉴햄프셔)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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