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수요 증가하니 의사 더 필요” vs 의협 “OECD 평균 비교는 논리 왜곡”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두고 또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는 10년 후 의료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내부 자료를 마련해 압박했고 의협은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다른 맞춤형 방안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2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26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현장의 의사 인력 확충 규모에 대해 각계의 구체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 한편 장래 의사 인력 수요와 공급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며 “정부가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단체에 조속한 입장 표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규모 발표를 앞두고 복지부와 의협은 ‘의사인력 수급 전망’을 두고 신경전을 계속 이어갔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2035년 전체 인구의 입원일 총합이 2억50만일이 될 것으로 예상한 내부 자료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전체 인구의 입원일(1억3800만일)과 비교하면 45.3% 늘어난다. 또 이 기간 병원 외래 방문일 수도 약 9억3000만일에서 10억6000만일로 12.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 감소로 향후 의료 서비스 수요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의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사단체들의 주장에 배치되는 근거다.
의협은 이날 ‘한국 의사 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못 미친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은 “한국의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적다는 것과 한국의 의사 수가 모자란다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적정 의사 수가 얼마인지, 이를 위한 적정 의대 정원은 얼마인지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지역과 꼭 필요한 진료 분야의 의사를 확충할 수 있는 맞춤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학 교육의 질 제고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의협 측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이 의학 교육의 부실화를 낳을 거라고 우려한다. 김한숙 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의학교육 질 담보하기 위해선 물적·환경적 개선뿐 아니라 교육과정 개편, 교수 확보 등 질적 개선도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복지부는 의대 교육 연차별로 필요한 인프라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분석하며 의학교육 평가 인증 기준 개선과 교수인력 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우성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과 조진행 교육부 인재양성정책과 사무관도 참석했다.
의협은 오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제1차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졸속추진 강력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집회에선 파업 등 단체행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공의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서 대전협은 지난 22일 전공의 응답자 4200명 중 86%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시 파업 등 단체행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답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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