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박희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장르는 농촌 스릴러라 생각, 결과물 만족" [인터뷰M]

김경희 2024. 1. 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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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에서 본능적인 수사 감각을 지닌 예리한 형사 최성준을 연기, 또 한 번 묵묵한 매력의 인물을 연기한 박희순을 만났다. 박희순이 연기한 최성준은 마을에 연이어 불길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이 선산 상속과 관련되어 있음을 짐작, 다른 형사와 달리 본인만의 촉과 방식으로 사건에 가까이 다가가는 인물이다. 형사팀 반장인 박상민은 누구보다 본인을 따랐던 후배였지만 성준 아들로 인해 관계가 냉랭해지며 인상적인 서사를 선보이는 인물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완성작을 보기 전 가편집본을 봤었다는 박희순은 "완성작을 보니 드라마나 영화에 음악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겠더라. 음악이 너무 잘 나와서 긴장감이나 속도가 굉장히 좋아졌다. 생각했던 지점과 많이 가깝게 나온 거 같아 만족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박희순은 "미스터리 스릴러여서 차곡차곡 의문이 쌓여가며 정답이 있는 지점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방식이 재미있더라. 보통 영화에서는 그런 과정이 몰입감 있게 보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쉽지 않은데 6개 회차로 나눠졌지만 연이어 빌드업되어 한 선으로 가니 몰입감이 있더라."며 작품을 평가했다.

작품 공개 이후 리뷰도 많이 살펴봤다는 그는 "보통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도 호가 7, 불호가 3이거나 호가 3, 불호가 7 정도인데 이번에는 각자 좋아하는 부분도 다르고 어떻게 이 작품이 좋은 지도 다르더라. 정말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 신선하고 이런 경험이 처음이어서 흥미롭더라."라며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오컬트 장르를 기대했다가 아니어서 실망했다는 반응을 봤냐는 질문에 그는 "제작발표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제목이나 포스터의 느낌상 오컬트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이 있으시더라. 전혀 오컬트는 아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이고 저는 개인적으로 농촌 스릴러라는 타이틀을 붙여보고 싶었다. 똑같은 스토리라도 나라마다의 환경이나 전통이 달라 자기만의 색깔이 나올 수 있는데 K콘텐츠에 익숙한 외국분들도 '선산'을 통해서는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기대했던 시청자 반응을 이야기했다.

'선산'에서 박희순은 시청자를 이야기의 미궁 속으로 이리저리 안내하는 역할이었다. 그는 "개인적인 서사가 있어서 완전하게 보일 수는 없지만 일종의 사회가 같은 역할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을 같이 밟아가며 새로운 힌트도 소개해주고 설명도 해주고 주변 인물을 확장시켜주기도 했다. 개인적인 서사가 있는 부분은 박형사(박병은 분)와의 장면인데 그 서사에서는 극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했다."며 캐릭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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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품에서 형사를 연기했던 박희순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가족에 얽힌 사연을 찾아내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

'선산'을 선택할 때 스토리도 중요했지만 연기해야 할 인물의 설정이나 행동이 납득되어야만 했다는 박희순은 "감독님과 미팅하기 전에 어느 정도 분석을 하고 간다.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고 이 지점은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걸 몇 개 가져간다. 그걸 제안했을 때 받아들여지고 소통이 된다면 대본이 조금 부족하고 고칠 지점이 있어도 출연을 하는 편"이라며 작품 선택의 기준을 밝혔다.

그러며 "이번에도 대본상에 인원감축 설정이 있었는데 그 설정이 납득이 안되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인원감축이 되는 이유와 그로 인한 과정이 이렇게 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드렸더니 크게 변화된 대본을 갖고 오시더라. 의견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굉장히 유연하신 분이더라. 이번에는 작가와 배우로 만났는데 다음에 연출과 배우로 만나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연상호 감독(이 작품에서는 작가)과의 만남에 대한 소회와 왜 작품을 결정했는지 이유를 이야기했다.

앞서 있었던 인터뷰에서 연상호 감독은 박희순이 너무나 결정적이고 중요한 아이디어를 내줘서 작품에 반영했다며 전체적인 스토리를 너무 잘 읽어내는 배우라 칭찬 한 바 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감독이자 작가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배우라는 칭찬을 받았는데 혹시 연출이나 극본에도 관심이 있는 거냐 물어보니 박희순은 손을 내젓는다. "생각은 해봤는데 결정적으로 재주가 없더라"며 그냥 자신이 연기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할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작품 전체적인 톤과 매너를 읽어내는 배우여서인지 '선산'에서 박희순의 연기는 너무나 좋았다. 전반적인 스토리 안내자로서의 역할도 잘했지만 아픈 가족사를 갖고 있는 인물이 직장동료와도 얽혀 있다는 복잡한 서사를 인상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연기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달리 보이기보다는 일 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의 모습이 달라 보이길 원했다. 취조나 탐문 수사를 할 때는 프로로서의 모습이었다면 혼자 있을 때는 쓸쓸함이나 괴로움이 느껴지길 바랐다. 사건이 풀려감과 동시에 오해가 쌓여가는 걸 박반장과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려 했다."며 여러 층의 레이어를 쌓아 감정과 연기를 펼쳤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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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과자를 먹는 장면을 넣는다거나 휴대폰을 사용해 수사를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는데 "아픈 과거가 있는 인물이라 밥을 차려먹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주전부리나 하고 마는 인물로 그렸고 이 친구가 시종일관 무거운 모습이어서 숨을 쉬고 풀어질 수 있는 장면을 과자 먹는 모습으로 보여주려 했다. 시골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사진도 찍고 휴대폰 펜슬로 메모도 하고 녹취도 하는 등 기기를 익숙하게 다루는 유능함을 추가로 넣었다. 보통 현장에 가면 소품용 휴대폰을 주는데 실제 내가 쓰는 기종과 똑같은 걸 달라고 해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인물에 좀 더 생동감을 준 부분을 설명했다.

가은 직업군의 역할을 연달아 하더라도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능력이 있는 박희순이지만 계속해서 장르극과 형사 역할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탈피하고 싶다는 속내를 대화 중 어필하는 그였다. 코미디를 좋아하고 밝고 유쾌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박희순은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장르극 밖에 안 들어온다. 사람을 좋아하고 웃기는 거 좋아해서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며 웃음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유튜브에 출연해서 갈증을 풀어보는 건 어떻냐는 말에 "그렇게 웃기는 건 자신이 없다. 대본이 있고 연기 안에서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사람 자체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아서."라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박희순이다.

넷플릭스 '마이네임'으로 지천명 아이돌에 등극, 이후 공개된 디즈니+의 '무빙'까지 핫한 작품에 연달아 출연한 박희순은 "요즘은 좀 인기가 빠지지 않았나? 예전에 비해 요즘은 좀 진정이 되고 '마이네임'부터 좋아하셨던 팬들과는 아직도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라며 "이게 숙명이라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지요 생각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너무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많이 해서 까불고 싶기도 하다. 웃겨야겠다는 생각보다 풀어지고 재미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매일 소리 지르고 인상 쓰는 연기를 하니 우울해지더라. '트롤리'를 연기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번아웃이 올 정도였다. 그래서 '선산'을 하면서 힘을 빼고 연기하려 했다."며 계속되는 장르극과 무거운 연기로 인해 한동안 심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작품을 하는 이유로 그는 "작품에 대한 욕심"이 원동력임을 밝혔다. "죽어도 안 해야지라고 마음먹었는데 편지가 오면 또 하게 되더라."라는 박희순은 하반기에 할 작품을 고르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선산'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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