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처음 놓친 10승···“다시 합니다. 그래야 아직은 KIA 야구 재미있을테니까”[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1. 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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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이 23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양현종(36·KIA)은 지난 10년을 꾸준히 달렸다. 에이스로서 경력을 시작한 2014년부터 쉼 없이 매시즌 170이닝을 던졌고 10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며 10승 이상씩을 책임져왔다. 리그 통산 최다 선발승을 거두고 통산 이닝 3위, 통산 탈삼진 2위에 오르며 ‘레전드’라 불리기 충분한 기록도 쌓아놓고 있다.

2023년은 늘 쌓기만 했던 양현종이 처음으로 하나를 놓친 시즌이다. 9시즌 연속 170이닝을 던지고 삼진 100개 이상을 잡아냈지만 시즌 9승에 그쳐 연속 10승 기록은 ‘8시즌’에서 마무리했다. 양현종 인생의 롤모델, 이강철 KT 감독의 10년 연속 기록을 넘고 싶었던 목표도 날아가고 말았다. 양현종은 “막상 끝났을 때는 그렇게까지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도 아쉬운 것 중 하나”라고 했다.

조금은 낯설었던 2023년의 경험을 통해 2024년 더 단단해질 각오를 하고 있는 베테랑 에이스 양현종을 지난 23일 야구장 밖에서 만나보았다. 처음으로 하나를 손에서 놓친 양현종은 이제부터가 진짜 ‘도전’이라 여기고 있다.

한 대 맞은 기분이었던 2023년


양현종은 지난해 8월 한 차례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6월에 2경기 연속 두들겨맞고 조기강판됐을 때도 버틴 끝에 회복했던 양현종은 8월 다시 흔들리자 ‘휴식’을 받아들였다. 부진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당시 딱 열흘을 쉬고 돌아온 양현종은 의연하게 “푹 쉬었다” 했고 완벽하게 회복해 9월 이후 쾌투를 펼쳤지만, 실제 충격이 꽤 컸다.

양현종은 “항상 안 좋아도 버티고 자리를 지키는 게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안 좋아도 게임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엔 그게 아니었다. 안 좋을 때는 나도 안 던지는 게 팀을 위한 거구나, 내가 없는 게 더 도움되는 순간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엔트리 빠지고 한 2~3일 동안 좀 멍했다. 뒷통수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에이스라 불리기 시작한 이후 항상 자리를 지켜야 하고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고만 생각해왔던 양현종은 ‘많이 던졌다’, ‘그러다 지친다’는 휴식 권유를 그동안 늘 마다해왔다. 워낙 오랫동안 1선발로 뛰어온 책임감에 그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0대 중반, 올해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지 모른다. 양현종은 생각을 좀 더 유연하게 바꾸려 한다.

양현종은 “몸이 변한 건 어느 정도 인정한다. 회복이 느려졌다. 그렇다면 그만큼 더 운동하고 준비했어야 되는데 작년엔 내 불찰이었다. 이제는 내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는 생각도 안 하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처럼 그렇게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래도 나이는 핑계다. 오승환, 최형우 같은 형들도 여전히 풀타임 뛸 수 있는 몸으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코치님들이 내게 ‘힘들 때 됐다. 너무 많이 던졌다’고 얘기는 해주신다.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여전히 빠른 직구 던지고 싶고 타자 윽박지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아직 스물두살”이라고 웃었다.

KIA 양현종이 지난해 10월17일 광주 NC전에서 9년 연속 170이닝을 달성하자 전광판에 기록이 소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승과 이닝, 그래도 계속 해야 하는 이유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KIA 선발진이 강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의 중심에 양현종이 있다. 타 팀 감독들은 여전히 “풀타임 로테이션 돌면서 10승은 기본으로 해주는 국내 1선발이지 않느냐”고 평가한다. 30대 중반을 돈 지난 시즌, 처음으로 ‘한계’에 부딪힌 기분도 느꼈지만 현실적으로 양현종은 여전히 KIA의 기둥이다. 양현종이 놓쳐버린 ‘10승’ 기록을 다시 시작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이닝 목표는 늘 같다. 이어가고 있는 기록들 역시 목표가 아니라 이제는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팀을 위해서 필요할 때는 한 발 물러나야 될 위치에는 왔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많은 이닝을 던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의리와 (윤)영철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이닝 욕심을 내는 게 아니라, 아프지 않고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내가 아직은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IA는 2021년 선발로 합류한 이의리가 이제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았고 지난해 입단한 윤영철이 5선발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줘 국내 선발진은 확실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입단 5년도 되지 않은 어린 선발들이다. 경험이 적으니 당연히 기복이 있다. 여전히 양현종의 역할이 큰 이유다.

양현종이 지난 시즌 놓쳐버린 ‘10승’을 다시 떠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시즌 팀 타율과 불펜 평균자책이 모두 리그 2위였는데도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배경에 선발 부진이 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이 핵심이었으나 낯선 기복을 겪었고 10승도 놓친 양현종 역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양현종은 “같은 실수 되풀이 하지 않게 잘 준비해야할 것 같다. 그런 부담 역시도 의리와 영철이에게 주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 내가 안아야 한다 생각한다”며 “우리 중간 투수들도 다 어린데 작년에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올해는 좀 덜 던지게 해야 우리 팀이 승산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내가 10승 이상은 해야 우리 팀 성적이 날 것이다. 그래야 KIA 야구도 더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IA 양현종이 23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드디어 부담이 된 영건들과 경쟁, 이겨야 한다 생각해


베테랑으로 불린 지 몇 년, 그래도 “KBO리그에서 양현종과 김광현의 뒤를 이을 투수가 없다”는 우려는 계속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드디어 그 후계자들이 등장했고, 각 팀 에이스들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김광현과 함께, “우리와 경쟁할 후배들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했던 양현종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될 새로운 세대와 경쟁을 이미 각오하고 있다.

“사실 부담도 느낀다”고 했다. 양현종은 “올해 열린 국제대회 모든 경기를 다 보면서 응원했다. 뿌듯하기도 했지만 부럽기도 했다. 이제 내게는 없는 싱싱한 힘 같은 것이, 시원시원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어릴 때 신나게 던졌던 기억이 나서 부럽다. 그리고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경쟁을 한다고 생각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이를 떠나 각 팀 선발 투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같은 베테랑이 그런 투수들을 이겨내야 (우리) 팀도 강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강에 가지 못했지만 올해 KIA가 강한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데 대해 양현종도 동의한다. 기대할 수 있는 시즌이라 강조했다.

양현종은 “새 외국인 투수들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둘은 로테이션만 충실하게 돌아줘도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전력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팀 투수들이 우리 타자들 좋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한다. 강팀이라고 생각해주는 것은 기분 좋다”며 “그런 점에서 더욱 올해는 재미있는 경기를 많이 할 것 같다. KIA의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서 나도 충분히 내 역할을 꼭 해내겠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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