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성과" 강조한 CES 보도 어떻게 볼 것인가
정부부처 지자체별로 쏟아낸 CES 성과 홍보의 이면
한국 기업 CES에 세번째로 많이 참여
혁신상이 사업 성과로 이어지지도 않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매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가전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기사가 쏟아진다. 특히 올해는 국내 기업이 혁신상을 최다 수상하면서 이를 홍보하는 기사가 다수 나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기업이 지나치게 CES에 '과몰입'하면서도 정작 내실은 챙기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CES '성과' 강조하는 기사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7일 CES에서 국내 기업 134곳이 혁신상을 받았고 이 중 116곳이 국내 벤처·창업기업으로 역대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연합뉴스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벤처·창업기업 116개 혁신상…'역대 최다'> 기사를 내고 “CES 혁신상은 박람회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 및 제품에 수여하는 상”이라며 “(혁신상을 받은) 국내기업이 42.8%인 134개이고 제품 수는 158개(41.6%)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지자체별로도 혁신상 수상과 계약 상담 등 '성과'를 강조한 기사가 나왔다. <포항 6개사 CES서 '최고혁신상'·'혁신상'>, <대구 기업, CES 2024서 1억4000만 달러 계약 상담 성과>, <광주시 CES 2024서 수출 상담·업무협약 등 성과>, <서울경제진흥원, CES 2024 서울통합관 성료> 등이다.
혁신상 수상 기사가 말하지 않는 이면
전부터 CES를 다녀온 업계 및 기관 관계자들은 한국 기업의 지나친 참여와 떨어지는 내실에 관한 우려를 제기해왔는데 해외에선 CES 회의론이 커지고 한국에선 '최다 수상' 실적이 강조되면서 문제 제기도 많아졌다.
특히 김진환 기술경영학 박사가 지난 19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CES 혁신상의 이면> 글이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올해 CES에 참가한 국내 기업이 세계 3위(772개)였고, 스타트업에 한정하면 세계 1위(512개)였다고 설명한 뒤 “왜 이렇게 CES 혁신상 수상에 목을 맬까. 본질적으로는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숫자'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 중 77개사를 샘플링해서 현황을 확인해 보니 그들의 2022년 평균 매출은 6.3억 원이었고, 중위값은 0.5억 원이었다”며 “이 정도 규모의 영세한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혁신상'이 성과인 건 맞지만 한국은 참여 기업 자체가 많았고 수상 기준인 기술의 혁신성과 실제 사업성 간에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과 지자체들이 '전시'를 위한 '전시'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나 여러 공공기관들이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니 각자 많은 기업을 지원하려 하고, 이들이 따로 차린 부스들이 웬만한 국가의 규모를 압도할 정도”라며 “현실적으로 계약이 이뤄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상 성과나 부스를 차렸다는 사실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기관은 기관 홍보나 기관장 의전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칼럼을 통해 “CES에 온 한국인들에게만 정보가 도달하고 있는 것”이라며 “글로벌 미디어나 비즈니스 리더들이 CES에 온 한국의 양적 확대 만큼 얼마나 한국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주목했는지 보면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선 CES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9일 <CES는 여전히 유효한가> 칼럼을 통해 세계최대 기업들의 CES에 참여가 줄고 있다고 전하며 “CES는 더 이상 미래를 보는 곳이 아니라 그 미래가 어떻게 수천 개의 값싼 플라스틱 모조품으로 복제될 건지 배우는 곳이 됐다”고 지적했다.
CES 참가 의미 살리려면
일각에선 CES 전시관을 '코엑스'에 빗대고 '세금 낭비'로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한 학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스타트업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적극 참여하고 상을 받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혁신상은 기술 혁신 측면에서 의미를 갖지만 사업성과는 구분하고, 정부 등 기관 차원의 지원 정책은 개선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진환 박사는 조선일보 기고글을 통해 대안으로 △CES 혁신상 수상을 성과로 착각하지 말 것 △요건을 갖춘 기업만 엄선해 지원해줄 것 △민간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것 등을 제시했다.
김학용 IoT전략연구소 소장은 '잇츠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프랑스는 (전시 부스 배정에 있어) 일정 구간을 확보한 다음 국가 차원에서 참가한다. 우리는 다 제각각이다. 우리도 지원체계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지원 기관이 제각각이다 보니 흩어져 있다. 통으로 가져간 다음 분야별로 구획을 해놓으면 효율적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동기 코엑스 대표이사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내 기업의 전시 전반에 관해 “향후 국가관은 수출 초보기업이나 스타트업 위주로 지원하고, 개별 전시회 참가 지원이나 수출바우처도 보조금 지원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낼 세금에서 전시회 참가비용을 공제받도록 하면, 기업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면서 그에 따른 책임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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