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난 박민영·신혜선과 주저앉은 이영애, 그 결정적 차이는?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4. 1. 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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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과 결혼해줘’·‘웰컴투 삼달리’, 성공작은 빌런이 결정한다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뜨겁다.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이 지속 상승해 7회 만에 9.4%를 돌파, 최종 성적이 10% 이상 얼마까지 올라갈지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연애 때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다 결혼 후 돌변한 남편의 구박과 냉대에 시달리는 여성의 이야기다. 위암 투병까지 하다 절친과 남편의 불륜도 목격한 날 살해당하고 깨어나 보니 10년 전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다시 개척하는 타임슬립 회귀물이다. 주인공 강지원(박민영)은 생을 다시 살게 되면서 남편 박민환(이이경)과 남편 불륜 상대이자 자신의 절친이었던 정수민(송하윤)을 향한 복수에 나선다.

박민환은 나쁜 남편의 전형이다. 평생을 행복하게 해줄 듯이 사탕발림해 결혼한 후에는 이기적인 태도로, 심지어 폭력적인 성향까지 드러내며 강지원을 고통에 빠트린다. 무책임하게 일을 관두고, 아내와 시부모의 갈등을 방관하거나 시부모 편을 드는 마마보이기도 하다.

강지원이 병에 걸려도 본인 밥해줄 사람만 걱정하다가 사망보험금을 타 먹으려고 보험에 드는 악마 같은 남편이다. 마침내 아내 친구와 바람까지 피다가 강지원을 죽게 만든다. 일반적인 나쁜 남편의 악덕이 총망라된 캐릭터로 드라마라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기혼 여성들이 공감할 부분이 많은 인물이다.

정수민은 강지원의 절친인 듯 굴지만 뒤에서는 모함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친구를 철저히 이용하는, 엮이지 말았어야 할 친구다. 친구의 남편과 바람피는 끝판의 악행 이전에도, 강지원을 위하는 척하면서 본인의 평판을 높이지만 질투와 열등감으로 교활하게 강지원을 깎아내리고 강지원의 노력과 재능의 성과도 가로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강지원에게는 복수의 대상이 더 있다. 회사의 김경욱(김중희) 과장이다. 여성 비하, 부하 직원 편애, 부당한 업무 지시 등 상사로는 해서는 안 될 갖은 악덕을 저지르고 무능해도 사내 정치질로 살아남는 인물. 강지원에 대해 여성비하적 편견을 갖고 기회를 박탈하고 끊임없이 갑질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악역이 성공해야 작품이 성공한다'는 할리우드의 전설적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의 한마디를 떠올리게 한다. 시청자들에게는 주인공이 겪는 고통의 강도가 클수록 극복 후 해피엔딩에 대한 공감도 커지는데 그 고난을 책임지는 극 중 장치가 빌런들이다.

이 드라마의 빌런들은 한국 기혼 직장 여성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악의 근원들을 총망라해 빠짐없이 담아내고 있다. 빌런의 어벤져스인 이들과 함께 하는 삶은 강지원처럼 죽음으로 귀결되는 상황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절망만 가득하다.

잘 구축된 캐릭터와 이를 실감나게 만드는 이이경, 송하윤, 김중희 세 배우들의 돋보이는 연기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시키고 박민영의 복수를 내 일처럼 응원하게 만들면서 드라마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극강의 빌런을 만날 수 있는 최근 작품이 또 있다. 지난 21일 종영한 JTBC <웰컴투 삼달리>의 방은주(조윤서)도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셋 못지않게 빌런 끝판왕이다. 유명 사진작가인 여주인공 조삼달(신혜선)의 어시스트인 방은주는 갑질 논란으로 음해해 조삼달을 몰락시키고 그 자리를 빼앗는다. 하지만 부족한 실력과 엉망인 직업 윤리로 인해 심각한 문제만 일으키면서 결국 조삼달이 누명 벗고 복귀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스스로 파멸한다.

방은주는 연속된 거짓 모함으로 조삼달을 곤경에 빠트리면서 조금의 죄책감이나 망설임도 없이 뻔뻔스러운 태도를 보여 시청자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였다. 방은주라는 빌런의 존재에 시달리는 만큼 조삼달은 삶에 소중한 것들이 눈에 보이고 결국 헤어진 연인 조용필(지상욱)에게로 돌아가는 이 로맨스 드라마는 최종 시청률 12.4%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반대 경우도 있다.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모은 가운데 4.2%로 시작한 <마에스트라>는 6.8%로 종영됐는데 전반적인 시청률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반응과 평가를 얻었다. 이런 결과는, 이영애의 남편이나 불륜녀 등 빌런들의 악덕이 모호하고, 반전의 서프라이즈 효과를 너무 노린 듯 의외 인물이 마지막에 최종 빌런으로 갑자기 등장하는 빌런 빌드업이 어설퍼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복수극이든 로맨스 드라마든 빌런의 역할은 주인공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빌런을 연기한 배우가 현실에서 식당에 갔다가 등짝을 맞을 만큼 좋은 캐릭터와 연기를 보여주는 드라마는 믿고 봐도 좋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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