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부터 '끝까지 간다'까지 … K콘텐츠, 日서 리메이크 붐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1. 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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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韓영화 '끝까지 간다'
일본서 동명 넷플릭스 영화로
인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도쿄 배경 '롯폰기 클라쓰'로
한국 작품 일본 내 인기지수
4.2점→6.3점, 2년 새 50% 쑥

영화 팬들은 대체로 동의하는 내용이지만, 고(故) 이선균 배우의 대표작은 '기생충'이 아니라 '끝까지 간다'다. 영화 '터널'과 시리즈 '킹덤'을 훗날 연출하게 될 김성훈 감독이 2014년 이선균 배우를 '형사 고건수'로 내세워 관객을 숨도 못 쉬게 몰아쳐 댔던 이 피카레스크 누아르 형사물은 제6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아 평단 찬사를 받았고, 세계 30개국에 판권이 수출될 정도로 큰 인기였다.

'끝까지 간다'는 이처럼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너른 호평을 받았는데, 최근 일본에서 리메이크된 영화 '끝까지 간다'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한국 개봉 후 햇수로 10년 만에 일본판이 개봉한 것이다. '신문기자'로 일본 아카데미상 최고상을 수상한 일본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가 메가폰을 잡고 오카다 준이치가 주연을 맡은 일본판 '끝까지 간다'는 작년 11월 30일 한국에도 공개돼 영화 팬들에게 '한국 버전'과 '일본 버전'을 비교하도록 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콘텐츠 리메이크 열풍이 거세다. 양국의 오랜 정치적 갈등에도 콘텐츠 소비자들의 정서적 친연성, 영화 현지화 과정에서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게 하는 영화적 흥미가 팬들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일본 팬들의 갈망이 급증하면서 한국 콘텐츠 판권을 사들여 일본에서 리메이크하는 시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배우 박서준이 박새로이 역을 맡아 돈과 권력에 저항하는 내용을 담아 호평받았던 한국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에서 '롯폰기 클라쓰'로 2022년에 다시 태어났다.

'이태원 클라쓰'의 일본 열풍은 뜨거웠는데, 이는 '이태원 클라쓰' 일본 리메이크 판권 경쟁률이 16대1에 달했다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무려 16개 제작사가 뛰어들 정도로 치열했던 경쟁에서 결국 일본 TV아사히가 판권을 거머쥐었고, 한국판의 서울 이태원이 일본판에선 도쿄 롯폰기로 바뀌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태원 클라쓰'는 2016년부터 연재된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삼는다. 박서준 배우가 '기생충'에 출연했던 전력도 이러한 인기에 한몫했지만, 웹툰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 웹툰에 대한 기대감도 일본 제작사들에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일본에서 개봉한 '써니'도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 성공작이다. 원작과 동명인 '써니'로 일본에서 개봉한 이 영화의 주연은, 전설의 일본 멜로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메미 역으로 출연했던 시노하라 료코다. 한국판 '써니'는 1986년 전라남도 벌교가 배경인데, 새롭게 리메이크된 일본판 무대는 1990년대다.

아무로 나미에를 동경했던 '써니' 멤버 7인(7공주)이 중년이 돼 서로를 찾는 이야기다.

양국 간 콘텐츠 교류는 쌍방향적으로, 일본 작품을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 최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얻는 중이다. 한국에서 가장 최근 리메이크된 일본 드라마는 지니TV에서 방영된 '사랑한다고 말해줘'다. 동명 일본 원작 드라마 판권을 배우 정우성이 직접 구매해 제작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농인 화가가 배우 지망생을 만나는 서사를 담은 멜로극인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정우성의 호소력 짙은 연기가 겹쳐 마니아층을 형성한 상태다.

일본판 원작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1995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약 30년이 지난 작품이다.

작년 넷플릭스 공개작인 천우희 주연의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역시 일본 스릴러 영화를 한국식으로 각색한 버전이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가 시가 아키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2018년 작품을 5년 만에 한국식으로 재해석했다. 스마트폰을 주운 한 남성이 몰래 스파이웨어를 심고, 이 때문에 취미, 취향, 직업, 동선, 경제력, 인간관계가 모두 누출된 여성이 끔찍한 상황에서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현대판 일상의 공포, 잃어버린 스마트폰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영화는 이야기하는데, 현재 넷플릭스에서 단독 스트리밍 중이다.

일본에서 '한국 K콘텐츠 경쟁력' 지수는 나날이 상승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월 18일 발표한 '2023년 K콘텐츠 해외 진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K콘텐츠 방송 분야 인기도 지수는 2021년 4.2점(10점 만점 기준)에서 작년 6.7점으로 상승했다. 2021년은 한일 양국이 외교적 갈등을 빚었던 시기로, 작년 들어 냉랭했던 양국 관계가 호전된 영향이 수치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양국 간 콘텐츠 수출입액도 매년 증가 추세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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