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인터뷰] '기성용 순한버전' 충남아산 신인 정마호, "차원이 다른 프로의 바이브, 하루빨리 익혀 기대에 부응하겠다"

K리그2 충남아산FC 신인선수 정마호가 제주 서귀포시 빠레브 호텔에서 진행된 '2024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에서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서귀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언젠가 팬들로부터 '정마호가 나와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프로축구가 팬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늘 새로운 뉴 스타들이 등장해야 한다. 하지만 실력과 스타성을 모두 갖춘 선수는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구단들은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노력한다.

그런 면에서 K리그2 충남아산FC는 올 시즌 '대형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대주를 얻었다. 1m90의 장신에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외모를 지닌 미드필더 정마호(19). 팬들에게는 아직 생소할 수 있지만, 정마호는 이미 고교시절 빼어난 실력을 보이며 '고교 최대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신평고 3학년 때인 지난해 '2023 서울 EOU컵 U-18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우승을 이끌며 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3 퓨처스 스타대상' 축구부문 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K리그2 충남아산FC 신인선수 정마호가 제주 서귀포시 빠레브 호텔에서 진행된 '2024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에서 올 시즌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런 배경 때문에 구단 내부적으로는 기대감이 여간 큰 게 아니다. 충남아산이 지난 12월 말 정마호의 영입을 발표한 이후 충남아산 팬 사이에서도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정마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제주 서귀포에서 진행중인 충남아산의 1차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정마호를 만났다. 소문대로 훤칠한 키에 준수한 얼굴을 지닌 정마호는 한 눈에 보기에도 '스타성'을 타고난 듯 했다. 정마호는 "구단에서 많은 기대를 갖고 계신데, 개인적으로는 앞에 나서기 보다 뒤에서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사비 알론소처럼 동료들을 살려주는 역할을 맡고 싶다"며 프로데뷔를 준비하는 소감을 밝혔다.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신 이름 '마호'는 '넓게 퍼져나가는 호걸이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정마호의 포지션이 그라운드의 드넓은 중원을 떠맡는 미드필더이니 조부의 선견지명이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마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조기축구를 하시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축구를 시켜달라고 졸랐다. 어린 시절의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버지는 처음에 '축구는 너무 힘든 운동'이라고 말리셨는데, 내가 고집을 피웠다고 하시더라. 하도 고집을 부리니 나중에는 아버지가 직접 축구를 가르쳐주셨다"고 축구선수가 된 시작점을 밝혔다.

그러나 '고교 최고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기 전까지 정마호는 꽤 많은 시련을 겪었다. 과천초등학교를 거쳐 수원 삼성 U-12팀에서 축구를 하다 매탄중에 입학했을 때였다. 당시 1m60대의 작은 키가 갑작스럽게 20㎝ 이상 크기 시작한 것. 당연히 무릎 등에 엄청난 성장통이 뒤따랐다. 당연히 팀 훈련에 전력을 쏟아낼 수 없었는데, 소심했던 중학교 1학년생 정마호는 이 사실을 팀에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결과는 퇴단통보. 정마호는 "팀에서 짤리고 난 뒤 한동안 쉬다가 초등학교 시절 축구를 가르쳐 주신 이관우 현 청주대 감독께서 FC모현 U-15팀으로 연결해주셔서 계속 축구를 할 수 있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지금이야 담담히 말할 수 있지만, 중학교 1학년생이 감당하기 쉬운 시련은 분명 아니다. 이후에도 정마호는 인천대건고에 진학했다가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신평고로 2학년 때 전학을 가게 된다. 그리고 신평고에서 본격적으로 축구에 몰입하며 많은 프로팀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K리그2 충남아산FC 신인 미드필더 정마호가 제주 전지훈련에서 러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런 과정을 거쳐 충남아산에 입단한 정마호는 "최대한 빨리 프로에 데뷔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는 "첫 프로훈련이 많이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배 형들이 다 버티니까 나도 함께 할 수 있다. 주장인 박세직 선배가 같은 포지션이라 많이 물어보면서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마호는 이번 제주 전지훈련에서 '프로의 바이브'를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기술적으로는 수비에 관해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확실히 프로와 아마추어는 차이가 컸다. 같은 축구인데, 템포나 킥의 차원이 다르다. 한 마디로 '바이브가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 팀 훈련과 별도로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면서 그런 프로의 바이브를 몸에 빨리 익히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충남아산FC 신인 정마호(왼쪽 두 번째)가 제주 전지훈련 중 체온 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냉정히 말해 정마호는 현재 충남아산의 즉시전력감은 아니다. '미완의 대기' 정도로 분류된다. 그러나 김현석 감독과 배성재 수석코치는 정마호의 남다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감독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잘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난나"면서 "평소에는 얌전하다가도 그라운드에 나가면 적극적이고 터프하게 돌변하는 게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배 수석코치는 "과거 기성용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기성용의 순한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정마호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자만하지 말라'는 말씀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그 말씀을 늘 새기면서 프로무대에 빨리 적응하겠다. 눈 앞에 놓인 숙제에 집중하면서 내 역량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언젠가는 팬들이 내가 경기에 투입됐을 때 '정마호가 나와 다행이다'라는 말을 하게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충남아산 구단이 차세대 스타플레이어로 공들여 키우고 있는 정마호의 미래가 기대된다.

서귀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