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반짝 호재’였나... 20% 하락 4만달러선 무너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11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후 많은 투자자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가상 화폐 시황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1일 상장일 최고 4만9000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24일 3만9600달러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상장 당일보다 20%가량 빠진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4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작년 12월 2일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 강세장을 기대하고 최근 뒤늦게 발을 들인 투자자들의 실망이 이어지고 있다.
◇반짝 호재 끝나니 20% 하락
비트코인 가격은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1년간 160% 가까이 급등했었다. ETF는 증시에 상장해 주식처럼 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 그래서 ETF가 상장되면 그동안 가상 자산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자산운용사·증권사·은행·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이고, 다시 ETF에 들어온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사게 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오를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은 내년 최대 15만달러(약 2억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ETF 승인이 떨어지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S&P500과 다우지수 등 미국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는 강세를 보이는 것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중이다.
업계에선 특히 시장점유율 1위인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ETF에서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있는 것을 이번 하락세의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그레이스케일에서 28억달러(약 3조75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그레이스케일은 2013년부터 10년 여간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비트코인 신탁 상품을 운용해 왔는데, 이 신탁 상품을 ETF로 변환해서 ETF의 순자산이 타사를 압도하는 215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그런 만큼 오래전부터 싸게 사서 들고 있던 물량을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서려는 기관이 많은 셈이다.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글로벌 가상 화폐 거래소 FTX도 최근 보유 중인 그레이스케일 펀드 물량을 거의 전량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립토슬레이트는 가상 자산 트레이딩 회사 위불의 데이터를 인용해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ETF 투자자 중 70%가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도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그레이스케일의 ETF 수수료가 타사 대비 지나치게 높은 것도 매도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초반 기선 제압을 위해 0.2% 안팎의 낮은 수수료를 책정한 타 운용사와 달리 그레이스케일 수수료는 1.5%로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기관 투자자들이 수수료가 저렴한 블랙록 등 다른 운용사 ETF로 갈아타면서 그때마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모양새다.
◇엇갈리는 향후 전망
앞으로의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오는 4월이면 비트코인 공급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도래해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이 있는 반면, 현재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리서치가 지난 11일 비트코인 ETF 승인 며칠 뒤 시행한 설문에서 3분의 1은 올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선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배런스는 “비트코인 ETF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이유”라고 분석했다. 상장 이후 자금이 유입되던 비트코인 ETF가 지난주(15~19일)엔 2100만달러(약 281억원) 순유출을 기록하는 등 예상보다 투자 열기가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다.
가상 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힘을 못 쓰면서 다른 가상 화폐도 줄줄이 약세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최근 일주일 새 14% 하락했고, 바이낸스(-7%), 솔라나(-15%), 리플(-10%) 등도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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