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3개씩 학교 운동부가 사라진다… 학령인구 감소에 운동도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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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많이 낳을 때야 한 명은 공부시키고, 한 명은 운동시키고 했죠. 요즘은 안 그래요."
익명을 요구한 한 울산의 초등학교 학부모는 "수영선수를 희망하는 딸을 위해 수영부가 있는 학교를 찾아 한 학기에만 두 번이나 전학을 했다"며 "재능이 있어도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니 운동을 포기하게 되고, 이는 다시 운동부 해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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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부 찾아 학교 전전하기도
체육 생태계 도미노 붕괴 우려
"지원금 등 현실적 대책 마련해야"
“아이를 많이 낳을 때야 한 명은 공부시키고, 한 명은 운동시키고 했죠. 요즘은 안 그래요.”
(울산교육청 체육예술교육팀 관계자)
천하장사 김진·윤정수, 한라장사 김용대 등 걸출한 선수들을 배출한 인천 부개초등학교는 올해 씨름부를 해체했다. 몇 년째 신입부원이 들어오지 않은 데다 마지막 남아 있던 선수 2명도 2022년 말 졸업하면서 지난해에는 씨름부라는 이름만 남아 있었다. 1983년 창단 후 40년 만이다. 고정호 부개초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와 교육청 교기(校技) 지정 취소 등 공식 절차가 남아 있다”면서도 “씨름 인기가 시들하고 신입부원 모집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더는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전문 운동부를 꺼리는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학교 운동부가 사라지고 있다. 초중고에서 대학, 실업팀, 프로팀으로 이어지는 체육 생태계의 도미노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교육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학교 운동부 육성학교 수는 2012년 5,281개교에서 2022년 3,890개교로 10년 사이 26% 감소했다. 매주 2~3개 팀이 해체된 셈이다. 학생선수도 2021년까지는 5만9,000여 명을 유지하다 2022년 5만3,000명, 2023년 4만6,000명으로 떨어졌다. 단순 계산하면 한 학교당 선수는 10명이 채 안 된다. 야구나 축구 등 단체종목은 물론이고 개인종목조차 최소 운영 인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수두룩하다. 프로야구 롯데 박정태·마해영 등의 모교로 유명한 부산 대연초 야구부는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결국 해체됐고, 신연호 고종수 등 국가대표를 키운 전남 여수 구봉중 축구부도 같은 해 명맥이 끊겼다. 울산에선 최근 1년 동안 수영, 테니스, 복싱, 역도 등 개인종목에서만 8개 팀이 사라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울산의 초등학교 학부모는 “수영선수를 희망하는 딸을 위해 수영부가 있는 학교를 찾아 한 학기에만 두 번이나 전학을 했다”며 “재능이 있어도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니 운동을 포기하게 되고, 이는 다시 운동부 해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토로했다.
운동부 해체는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데 있다. 2019년 스포츠계 인권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발족한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인구감소에 따른 학생 수 감소 비율이 4.2%인데 비해 학교 운동부 소속 학생선수 감소 비율은 9.1%로 2배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학교체육이 무너지면 한국스포츠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택천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은 “우리나라 엘리트체육 육성 시스템의 근간은 학교 운동부"라며 “기본적으로 체육수업을 활성화하고, 운동부가 있는 학교엔 인센티브를 주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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