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바이든 사실상 대선후보 확정, 경선 빨리 끝날수도

박종원 2024. 1. 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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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뉴햄프셔주에서도 경선 2연승...헤일리에게 사퇴 촉구
기세 몰아 '슈퍼 화요일' 승리하면 3월에 사실상 경선 끝나
바이든도 뉴햄프셔주에서 출마하지도 않고 승리
바이든 진영 역시 트럼프와 재대결 준비 박차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경선 승리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무난히 승리하면서 대선 후보에 더욱 가까워졌다. 현지에서는 워낙 압도적인 차이 때문에 경선이 계획보다 일찍 끝날 확률이 높아 두 후보의 재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2연승 거둔 트럼프, 경선 조기 종료 박차
CNN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23일(이하 현지시간) 미 뉴햄프셔주에서 공화당 2차 경선 개표 초반에 승리를 확신하고 연단에 올랐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2위를 기록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겨냥해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헤일리는 지난 15일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첫 공화당 경선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아이오와주에서 2위에 머물렀던 디샌티스와 4위 후보 비벡 라마스와미는 뉴햄프셔주 경선 이전에 후보에서 물러나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승리 연설에서 이날 자신보다 먼저 패배 인정 연설을 했던 헤일리를 언급하며 그가 투표에서 "이긴 것처럼 연설을 한다"고 조롱했다. 트럼프는 "그는 이기지 않았다. 졌다"며 아이오와주 경선 결과를 지적했다. 트럼프는 헤일리가 "3위를 하고도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있다"면서 "론 (디샌티스)도 그를 이겼다"라며 "론은 2위를 했고, 떠났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헤일리의 사퇴를 재촉하는 이유는 공화당 후보 경선을 빨리 끝내고 민주당의 바이든과 본선에서 싸울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공화당은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각주에서 코커스 및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통해 전당대회에 보낼 대의원을 확정한다. 이어 오는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대의원들의 투표로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대의원은 총 2429명이며 어느 후보든 자신을 지지하는 대의원 1215명만 확보한다면 굳이 전당대회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사실상 대선후보가 되는 셈이다. 트럼프가 아이오와주 및 뉴햄프셔주에서 확보한 대의원은 총 31명이며 헤일리의 대의원은 16명이다. 이른바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3월 5일에는 15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려 1151명의 대의원이 정해진다.

트럼프는 헤일리가 그 전에 사퇴하거나 지금 연승 기세를 몰아 슈퍼 화요일에서 승리한다면 경선을 조기에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다만 뉴햄프셔주 경선은 트럼프 인기의 한계가 드러난 선거였다. 이번 선거는 공화당원만 참여하는 코커스가 아니라 당원과 당적 및 등록 정당이 없는 무당파 유권자가 함께 참여하는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유권자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무당파 유권자를 붙잡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미 CBS방송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투표자의 51%는 스스로 공화당 지지자로 여겼으며 43%는 지지 정당이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74%의 표를 받아 헤일리(25%)를 앞섰으나 무당파의 표는 38%밖에 받지 못했다. 반면 헤일리는 무당파 가운데 60%의 지지를 얻었다. 헤일리는 23일 연설에서 일단 경선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23일(현지시간) 미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민주당에서도 바이든 압도...트럼프와 재대결 준비
뉴햄프셔주에서는 같은날 민주당의 첫 경선 투표도 함께 열렸다. 바이든은 이날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딘 필립스 민주당 하원의원(미네소타주)을 약 40%p 차이로 꺾으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는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지도 않았지만 투표에서 승리했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해 민주당 지도부와 협의해 올해 미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2월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첫 경선을 시작하기로 했다. 바이든은 2020년 대선 당시 경선 초반에 뉴햄프셔주 등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으며 이를 의식해 경선 순서를 바꿨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먼저 프라이머리를 진행했던 뉴햄프셔주는 민주당의 결정에 반발해 23일 양당의 프라이머리를 강행했다.

바이든은 뉴햄프셔주의 돌발 결정에 미처 후보 등록을 하지 못했으며 선거 운동도 하지 않았다. 이에 바이든 지지자들은 투표용지에 손으로 바이든의 이름을 적어서 투표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특정 인물을 직접 적어 투표해도 이를 유효한 표로 인정한다.

바이든은 23일 뉴햄프셔주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성명을 내고 "내 이름을 써 준 모두에게 감사한다"며 "이는 민주적 절차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 역사적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트럼프와 공화당 경선을 언급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이 이제 분명하다"며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는 것이 나의 메시지"라고 밝혔다.

바이든은 "우리의 민주주의, 선택권부터 투표권까지 망라하는 개인의 자유가 걸려있다"며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를 포함해 모든 게 위태롭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핵심 가치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공유하는 무당층 및 공화당원들도 미국인으로서 우리와 함께 하자"며 지지를 당부했다.

같은날 바이든의 선거 캠프는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꺾은 과거를 다시 꺼내며 재대결을 시사했다. 이날 바이든 캠프는 선거 후원 웹사이트를 통해 '함께, 우리는 트럼프를 또 한 번 물리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32달러(약 4만3000원)짜리 티셔츠 판매를 시작했다. 바이든은 23일 버지니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낙태권 문제를 강조하고 "트럼프는 낙태의 자유를 빼앗은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미국인들은 4년 만에 다시 82세의 바이든과 77세의 트럼프 중에 대통령을 고르는 상황이 기쁘지 않다. 지난해 11월 30일~12월 4일 진행된 AP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의 56%가 바이든의 대선 후보 확정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대선후보 확정에 불만족이라고 밝힌 응답자도 58%였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2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유세를 마친 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미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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