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후구상 '2국가 해법'…美-이스라엘 커지는 파열음

CBS노컷뉴스 임미현 기자 2024. 1. 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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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 도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은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서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100일을 훌쩍 넘기며 가자지구 사망자가 2만5천명을 넘어섰지만 국제사회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구상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와 이스라엘간의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가자지구 전후 구상을 놓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이스라엘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 전후구상 '2국가 해법'이란?

발언하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제사회는 가자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미래와 관련해 서로 주권을 인정하는 별개의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이른바 '2국가 해법(two state solution)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통치권을 갖고 궁극적으로는 독립국가를 세워 전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풀어간다는 구상이다.

2국가 해법은 1993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합의한 오슬로협정의 기본 토대다. 당시 양측은 오슬로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와 선거, 과도기협정, 이스라엘군의 재배치와 철수, 난민문제 등을 합의하며 평화적 공존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2국가 해법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해결안은 '2국가 해법'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은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2국가 해법'의 실현 가능성을 여전히 믿고 있으며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평화와 안정을 구축할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에 대한 '두 국가 해법'을 거듭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조속한 분쟁 해결을 촉구하며 2국가 해법을 언급했다.

이스라엘, '2국가 해법' 절대 반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그러나 이스라엘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국가 해법'을 줄기차게 반대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절대적인 승리가 아니라면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요르단강 서쪽 모든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21일 발표한 영상 메시지에서는 "미국이 평화구상으로 제안한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전후 가자지구에서 완전한 안보 통제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2국가 해법'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것은 국내 정치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극우 연정이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2국가 해법을 받아들일 경우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또 올해 하반기 치러질 선거를 앞두고 하마스 기습 이후 추락한 우파 진영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네탸냐후 총리가 2국가 해법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내부적으로도 2국가 해법을 놓고 분열돼 있다. PLO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반면 하마스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대선 앞둔 바이든, 이스라엘 설득 부심

지난해 10월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통한 '2국가 해법'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의 제안을 설명하며 압박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거부하면서 양국간 불편한 기류도 보였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 설득에 부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과 충돌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측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것이고 대선에서 핵심 지지층도 이탈할 수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에 대한 조건부 군사지원을 촉구한 민주당 의원들과 이스라엘 지원에 분노한 젊은 유권자, 아랍계 등도 달래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모순된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지적도 나온다. 가자지구와 중동의 안정을 바라면서도 한쪽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과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이 계속되면서 전후 가자지구 구상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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