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헌재, 극우정당 ‘하이마트’ 국고 보조금 지원 중단···AfD는?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가 극우 정당 ‘디 하이마트’(이하 ‘하이마트’)에 대한 국고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라고 23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 독일에서 해산 요구가 커지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당 해산 대신 국고 보조금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방 헌법재판소는 이날 재판관 만장일치로 하이마트를 정당에 대한 국고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6년간 제외한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는 하이마트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제거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독일 연방 기본법(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손상·제거하거나 연방공화국의 존립을 해칠 목적을 지닌 정당을 6년간 국고지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2년 국가민주당(NPD)이라는 이름으로 창당한 하이마트는 신나치주의를 추종하는 극우 정당이다. 지난해 당명을 하이마트로 바꿨다. ‘하이마트(heimat)’는 문자 그대로는 ‘고향’이라는 뜻이지만 나치가 국수주의적 선동을 위해 자주 사용한 표현이어서 파시즘적 함의를 담고 있다.
연방 헌법재판소가 정당에 대한 국고 지원 중단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연방 헌법재판소는 독일 연방정부와 연방의회가 낸 NPD 해산 청구를 2003년과 2017년 두 차례 모두 기각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NPD의 목적과 활동에 위헌성이 있다면서도 사회적 영향력이 미미해 해산이 필요할 정도의 위험성은 없다고 봤다.
다만 독일은 같은해 이처럼 ‘위헌적이나 해산되지 않은 정당’을 제어하기 위해 정당에 대한 국고 보조금 지원을 박탈할 수 있도록 기본법을 개정했다. 독일 연방정부와 연방의회는 이를 근거로 2019년 연방 헌법재판소에 NPD에 대한 국고 보조금 박탈을 요청했다.
독일 정당은 연방의회 선거에서 0.5% 이상만 득표하면 국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하이마트는 2017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0.4%, 2021년 연방의회 선거에서도 0.1%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이날 판결로 하이마트는 그나마 유지되던 세금 감면 혜택도 잃게 됐다. 낸시 패저 내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민주주의를 부식시키고 파괴하는 세력은 직접적으로든, 세금감면이라는 간접적 형태로든, 단 한푼의 국고도 받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은 최근 독일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는 가운데 나와 주목을 끈다.
AfD는 지난 10일 당 공동대표의 고문이자 전 연방 하원의원인 롤란트 하르트비히와 현직 연방 하원의원 게리트 후이 등 소속 정치인 4명이 지난해 11월 포츠담의 한 호텔에서 신나치주의자들과 이민자 추방을 논의하는 회동을 했다는 탐사보도 매체 코렉티브의 보도가 나오면서 거센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일과 21일 주말 동안에만 독일 주요 도시에서 수십만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규탄 시위를 벌였고 당내 대표적인 강성 정치인으로 꼽히는 튀링겐주 AfD 대표 비외른 회케의 기본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서명에는 10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AfD의 존재감은 하이마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2013년 창당된 AfD는 ‘반이민’과 ‘반유럽연합’을 기치로 내걸고 옛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웠다. 창당 첫해 총선에서는 4.7%를 얻어 연방의회 진출에 실채했으나 2017년 총선에서는 12.6%를 얻어 처음으로 연방의원을 배출했다. 지난해 7월 이후부터는 20%대 지지율로 제1야당인 기민당(CDU)·기사당(CSU)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집권연정에 참여하는 사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 모두 AfD보다 지지율이 낮다. 오는 9월 옛 동독 3개주 선거에서는 AfD가 창당 이후 처음으로 주총리를 배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상하는 극우 정당의 당원들이 신나치주의자들과 이민자 추방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일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AfD를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1945년 이후 독일에서 정당 해산이 성공한 것은 1952년과 1956년 두 차례뿐이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그 과정에서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AfD에 대한 국고 보조금 중단이 정당 해산의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날 판결에 대해 “자유의 적들에게 많은 공간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확인된 것”이라면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 다른 맥락에서 이 판결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쿠스 죄더 기독사회당(CSU) 대표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AfD에 대한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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