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계 반발에…공정위 “소잃고 외양간 고쳐선 안된다” 조목조목 반박

반기웅 기자 2024. 1. 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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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한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입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과도한 규제 입법이 플랫폼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업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플랫폼법 제정을 더 미뤘다가는 공정위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간담회를 열고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반칙행위 시점’과 ‘시정조치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문제’가 반복된다”며 “소비자와 중소 플랫폼·스타트업 보호를 위해서는 지배적 플랫폼의 반칙행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랫폼법은 독과점 플랫폼 기업의 반칙행위를 막기 위해 공정위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규제 법안이다.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이른바 ‘공룡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최혜대우(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등의 4가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플랫폼 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독과점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시장이어서 일단 독과점이 자리잡으면 경쟁질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특정 검색엔진을 많이 이용하면 데이터가 축적돼 해당 플랫폼의 경쟁력이 올라간다. 검색 퀄리티가 높아지면 소비자는 더 늘어나고 또 다시 검색 데이터는 증가한다. 이렇게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하면 다른 플랫폼은 따라가기 어렵다.

육 처장은 “플랫폼법을 제정하면 시장획정 및 시장지배력 판단을 미리 검토해, 플랫폼 반칙행위 처리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며 “4가지 금지행위는 그간의 법집행 경험상 경쟁제한성이 부인된 사례가 거의 없는 행위라는 점에서, 입증책임을 전환하더라도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계는 관련 법 제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와 상충, 국내 플랫폼 기업 역차별, 통상 마찰 발생, 플랫폼 산업 성장 저해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플랫폼·입점업·소비자 간 자율규제와 플랫폼 독과점 문제는 결이 다른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만 규제를 받게 된다는 역차별 우려에 대해서는 ‘거짓 뉴스’라며 맞섰다. 육 처장은 “독과점 플랫폼이라면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차별없이 규율할 예정”이라며 “역차별 우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두고는 “4가지 반칙행위의 본질은 지배적 플랫폼이 역량있는 중소 경쟁플랫폼 및 스타트업을 시장에서 축출하거나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라며 “법 제정이 중소 플랫폼과 스타트업의 사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플랫폼법으로 인해 통상 마찰이 제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미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에서 플랫폼법이 도입됐지만 통상 이슈는 없었고, 법령상 국적에 따른 차별 없이 동일한 절차와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는 설명이다.

육 처장은 “현재 공정거래법 집행 체제로 간다면 시장 경쟁 질서 회복이 어렵다”며 “법 제정이 늦어진다면 공정위는 공정위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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