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도 “‘택배 노조 교섭 거부’는 부당”…CJ대한통운 “상고”

조유빈 기자 2024. 1. 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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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 산업 현실 반영 못 해…판결문 검토해 상고”
택배대리점연합도 반발…“2000개 대리점 존재 부정하는 행위”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CJ대한통운이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상고 계획을 밝혔다.

CJ대한통운 택배 터미널 ⓒ연합뉴스

1·2심 모두 CJ대한통운의 '사용자 지위' 인정

서울고법 행정6-3부는 24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의 판결을 내렸다.

택배노조는 2020년 3월께 자신들이 계약을 맺은 대리점이 아닌 원청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 해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접수했다. 하급 심의기관인 서울지노위는 그해 11월 사건을 각하 처리했고, 택배노조 측은 이에 불복해 이듬해 1월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2021년 6월 중앙노동위는 택배노조 측 의견을 받아들였고, CJ대한통운이 이들과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직접적 계약 관계를 맺지 않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2021년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CJ대한통운이 택배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 지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이 의미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책임을 일정 정도 담당하고, 근로자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및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짚었다.

이 같은 해석을 하지 않을 경우, 원청 사업주의 복합적 노무관계로 인해 하청 근로자가 노동3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또 CJ대한통운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것이 단체교섭 거부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이 같은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무리한 법리 해석" VS "상고 포기하고 판결 수용해야"

2심 재판부도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한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이 판결로 인해 택배업계는 물론 원청과 하청으로 이뤄진 모든 기업의 노사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J대한통운은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4일 CJ대한통운은 2심 판결에 대해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한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송부되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은 시간을 끌기보다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오늘 판결을 수용해 즉시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약 상고한다면 노조는 즉시 '교섭응낙 가처분신청'을 통해 단체교섭을 강제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법원에서도 유지됐다. ⓒ연합뉴스

"계약 조건 변경시 대리점과의 계약 종잇장에 불과"

한편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대리점연합)은 성명을 내고 "택배 산업의 현실을 외면하고, 전국 2000여 개 대리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해당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대리점연합은 "택배기사의 근무 여건과 집화 형태 등을 결정하는 실질 사용자는 개별 대리점"이라며 "(대리점은) 1심 변론에서 사실상 배제됐고, 2심에서야 원고 보조참가인으로 비로소 참여했으나, 1회 변론기일 진행 후 7주 만에 종결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재판 결과에 따라 원청인 택배사가 단체교섭에 응해 택배기사의 작업 시간과 수수료에 관한 계약 조건을 협의하게 되면, 대리점의 독립적 경영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고, 택배사는 하도급법·파견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원청과 교섭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은 종잇장에 불과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택배 대리점과 형식적인 계약을 맺고, 대리점은 택배사와 위·수탁 계약을 통해 택배 배송을 하고 있다. 이런 고용 형태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데, 배달 기사나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도 이에 해당한다.

CJ대한통운의 경우 2만여 명의 택배기사가 전국 2000여 개 대리점과 개별 계약을 맺고 있다. 대리점별로 소속된 택배기사의 수가 다른 데다 물량과 배송 구역이 모두 달라 수수료 및 근로 조건, 경영 체계가 상이하다는 것이 대리점연합의 설명이다. 대리점별로 결정해오던 근로 조건과 수수료율을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일괄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리점연합은 "각 대리점이 현장 상황에 맞게 작업 여건을 만들고, 수수료 등 근로 조건을 직접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2심 판결은 택배 현장에서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대리점의 경영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시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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