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죽의 2연승…바이든과 리턴매치 ‘성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州) 내슈아에서 가진 승리연설에서 주먹을 쥐고 흔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연설에는 공화당 경선 후보에서 사퇴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팀 스콧 상원의원과 비벡 라마스와미 등 10여명의 공화당 주요 정치인들이 함께 단상에 올랐다.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모두 과반 득표율로 승리한 48년 만의 공화당 후보가 된 가운데 ‘트럼프 대세론’을 과시한 것.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승리 연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선 본선 경쟁을 공식화했다.
●공화당 지지층 몰표에 독주 굳힌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코커스에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하며 공화당 경선 독주체제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뉴햄프셔주는 공화당원은 물론 무당층 유권자의 경선 참여를 허용하는 등 중도 성향이 강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최대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른바 ‘트럼프 대항마’로 주목을 받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한 자릿수까지 추격하며 돌풍을 일으킨 곳도 바로 뉴햄프셔주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종과 성별 물론 모든 연령층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누르며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의 추격을 초반에 따돌리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혔다는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승은 공화당 지지층들의 결집이 동력이 됐다. 프라이머리에 참여한 유권 50%는 공화당 46%는 무당층이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무당층 투표자로부터 65%의 지지를 받았지만, 공화당 투표자는 74%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8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답했다. 중도성향이 강한 뉴햄프셔주에서도 지지층의 확고한 충성도가 확인된 것이다.
AP통신은 “뉴햄프셔주는 중도 성향과 무당층의 투표 열기 등 모두 모든 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해 보였지만 그는 쉽게 극복해냈다”며 “현시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막을 수 없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라고 평가했다.
● 반트럼프정서 확인…헤일리 조기 사퇴 압박
하지만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선 만만치 않은 반(反)트럼프 정서가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에 참여한 이들 중 35%만이 자신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슬로건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것. 또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층 유권자와 가계소득 1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에선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핵심 원인이 됐던 고학력·고소득 공화당원과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의 한계를 다시 드러낸 것. 또 낙태권 문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다는 투표 참여자는 64%, 외교정책 때문에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다는 응답은 63%를 차지한 것도 공화당 지지층들이 대부분인 경선과 달리 중도층 싸움이 판세를 가를 대선 본선에선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사기꾼(imposter)’라고 공격하는 등 조기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다. 공화당과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트럼프 정서를 결집시키는 헤일리 전 대사의 존재가 대선 본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녀는 경선에서 지고도 이긴 것처럼 연설했다”며 “나는 화내지 않고 되 갚아 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녀가 이기면 15분 안에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나는 수사 대상이 될 5가지 이유를 말해줄 수 있다”고 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 사퇴를 계속 거부하면 폭로전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한 셈이다.
맨체스터=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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