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고거전' 논란에 "역사 고증 프로 NO, 드라마로 봐주시길"[종합]

'고려 거란 전쟁'의 원작자와 제작진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작품에 출연 중인 배우 김혁이 "너무 답답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에서 야율융서 역으로 활약 중인 김혁은 24일 "'고려 거란 전쟁' 야율융서 김혁이다. 어제 기습한파로 참 추웠다. 그런데 추위보다 마음이 더 추워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요 며칠 사이, 온라인 기사 등 우리 작품에 대한 갑론을박, 여러 반응들, 걱정스럽고 당혹스러운 시청자분들...우리 배우들.. 내 주변분들도 '어떡하냐', '어떻게 되고 있냐'며 걱정스럽게 물어보고 있다. 힘이 빠지지만 전혀 동요되거나 이렇다 저렇다 표현도 안 한다"고 덧붙였다.

김혁은 "너무 답답해서 내 의견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드라마다. 역사 고증을 토대로 만든 100% 역사 고증 프로가 아니라 고증을 토대로 재창조해서 드라마로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품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덧붙여 "현재 원작 작가님과 드라마 연출, 대본 집필 작가의 의견 충돌과 대립으로 서로간의 입장 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기보다는 드라마가 끝나지도 않고 진행 중인데 시청자들이 큰 혼란에 빠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어제도 뼈를 스치는 추위 속에서 '고려 거란 전쟁' 촬영은 감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혁은 다시 한 번 "작품으로 봐달라. 2023년 5월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촬영을 해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여러분들께 '즐거움과 감동'을 드리기 위함"이라며 "대하 드라마로 정말 고생하면서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우리 배우들도 맡은 역할에 몰입하면서 연기한다는 게 마음이 무겁다. '고려 거란 전쟁' 팀원들이 열심히 만들어 갈 것이니까 더 넓은 마음으로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고려 거란 전쟁'은 원작과 다른 내용, 현종에 대한 역사 왜곡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는 18회에 나온 현종이 자신의 앞을 막은 수레를 피하려다 낙마 사고를 당한 장면을 콕 찝어 "현종의 낙마는 원작 내용 중에 없다"고 명확하게 했다. 16회 장면에 대해서는 "명군 현종을 바보로 만드는 것도 원작에 없고, 역사적 사실에도 벗어난 내용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길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고 대본을 썼어야 했는데 숙지가 충분히 안 됐다고 본다. 대본 작가가 본인 마음대로 쓰다가 이 사단이 났다.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며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 KBS의 대하사극을 쓴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대본 작가 문제가 생각보다 더 크다"라고 비판했다.

길승수 작가의 입장을 확인한 전우성 PD는 "드라마 원작 계약은 매우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원작의 설정, 줄거리를 그대로 따르는 리메이크 형태, 원작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기 위한 계약까지 다양하다. '고려거란전쟁' 원작 계약의 경우는 리메이크나 일부분 각색하는 형태의 계약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길승수 작가와 원작 및 자문 계약을 맺었고, 극 중 일부 전투 장면을 잘 활용했다. 그러나 길승수 작가는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전 PD는 "이후 나는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집필 및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길승수 작가는 나와 제작진이 자신의 자문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고증도 없이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길승수 작가는 "내가 '고려거란전쟁'이 어려운 내용이니 자문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자문을 구하겠다고 전 PD가 말했다. 또 나는 ''고려거란전쟁'이 어려운 내용이니 꼭 자문을 받아야 한다. 만일 나에게 받기 싫다면, 임용한 선생님께 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는데, 전우성 PD는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내가 자문을 거절한 거냐. 지금이라도 사태를 거짓으로 덮으려고 하지 말고 '대하사극인데 역사적 맥락을 살리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앞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하는 게 최선 아니냐"고 꼬집었다.

iMBC 장다희 | 사진제공 KBS, 김혁 개인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