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전시 리더십’ 균열···“정치적 생존 위해 전쟁 이용” 비판
‘인질 구출’·‘하마스 소탕’ 목표 실패
네타냐후 퇴진·조기 선거 요구 커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 단결했던 여론이 전쟁 방식을 놓고 점차 분열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한 네타냐후 정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이번 전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AP통신은 가자지구 전쟁이 100일을 넘기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양극화 리더십’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선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전쟁 중단과 네타냐후 퇴진,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였다.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 관저 앞에 진을 치고 석방 협상을 요구했고, 22일엔 의회 회의장에 진입해 시위를 벌였다.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간 군인 아들을 잃은 한 유족은 아들의 묘비에 “실패한 정부에 의해 납치되고 버려지고 희생됐다”고 새겼다.
네타냐후 전시 내각의 일원이자 군 참모총장 출신으로 이번 전쟁에서 아들과 조카가 전사한 가디 아이젠코트 의원은 지난 18일 자국민 보호에 실패한 네타냐후 총리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조기 선거를 요구했다. 전직 이스라엘 국방 관리 170명도 최근 조기 선거를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이는 가자지구에서 전사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언했던 전쟁의 두 가지 목표인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 모두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대대적인 지상전이 개시된 후 가자지구에선 2만5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지만, 이스라엘군은 기습 작전을 주도한 하마스 2인자 야히아 신와르 등 수뇌부를 체포하지 못한 것은 물론 하마스 조직도 뿌리 뽑지 못했다.
군사 작전을 통해 인질을 구출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지난 3개월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구출한 인질은 지상전 개시 직후 구출한 여군 한 명 뿐이다. 생환한 인질 대다수가 지난해 11월 7일간의 일시 휴전 기간 협상을 통해 석방됐다. 오히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가자지구에서 “살려 달라”며 다가온 이스라엘 인질 3명을 적으로 오인 사살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타미르 파르도 전 국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하마스를 제거한다는 것은 뻔뻔한 거짓말”이라며 인질을 남겨두고 전쟁이 끝난다면 이스라엘이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군 24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일일 사망자로 최대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는 이튿날 “완전한 승리를 이룰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며 “군사적 압력만이 (지난해 11월) 인질 석방 협상을 이끌어냈고 또 다른 협상을 성사시키는 열쇠”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소탕하고 모든 인질을 구출한다는 정부의 목표가 ‘동시에’ 달성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 퇴역 장군인 에얄 벤 루벤은 “총리가 ‘완전한 승리’를 언급할 때마다 우리는 인질들이 죽어서 관에 담겨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적의 영토에서 장기간 전쟁을 벌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비판자들은 네타냐후 정권이 하마스의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한 군사, 정보 실패를 무마시키기 위해 전쟁을 무리하게 끌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가자지구 재점령’을 주장하는 극우 시오니즘 세력과 결탁, 전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가 최근 유대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좌파 성향 응답자의 10%, 우파 성향 응답자의 35%만이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답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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