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공룡發 지각변동…“부산항 ‘허브 전략’에 영향 미칠까” 촉각 [비즈360]

2024. 1. 2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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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파그-머스크, 新동맹…허브항 중요성↑
머스크, ‘동남아 중시’, 중국항만과 경쟁중
“부산 신항 1, 3, 4, 6항 유치경쟁 시작될듯”
부산신항만 전경 [부산항만공사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글로벌 해운 강자들의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 결성으로 해운업계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로 인한 국내 시장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해운동맹이 제시하고 있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전략 속에 부산항만이 제외될 경우 국내 수출 물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향후 제미니 협력은 독일 하파그로이드(Hapag-Loyd)와 머스크(AP Moller-Maersk)가 보유하고 있는 해운 거점을 활용하면서, 간선 서비스의 기항지는 최소화하고 이를 연결하는 지선(피더) 서비스를 견고하게 구성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편한다. 두 해운선사의 물동량은 각각 세계 5위와 세계 2위다.

제미니 협력은 물류거점을 연결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고, 거점과 지역항만 사이의 운송은 군소 해운사에 맡기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물류의 정시성을 확보하고, 해운사업을 통한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업계 일각에서는 만약 부산항이 제미니 협력의 허브 항만에서 제외될 경우 환적 물량 자체가 급감하면서 부산항과 한국 해운·물류 사업 전반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머스크는 오는 2026년까지 약 5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2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상하이항 등 중국 주요 항만에 밀려 허브 항만의 지위를 뺏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부산항이 확보한 물동량은 약 2275만TEU, 이중 환적 물량은 1214만TEU로 전체 처리 물량의 절반 이상이다. 제미니 협력의 물량을 잃게 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때문에 부산항 터미널들은 제미니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하파그로이드가 속한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물량을 유치하고 있는 부산항 신항 1, 3, 4부두와 HDC가 최대 주주인 부산컨테이너터미널(BCT)이 운영하는 신항 6부두가 그 후보다.

특히 신항 1, 3, 4부두의 경우 하파그로이드가 디얼라이언스에 탈퇴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1부두는 싱가포르계인 PSA인터내셔널이 최대 주주인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 3부두는 한진이 최대 주주인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 4부두는 PSA인터내셔널과 HMM이 50%씩 지분을 보유한 에이치엠엠피에스에이신항만(HPNT)이 각각 운영권을 갖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제미니 협력이 내놓은 전략이 허브항만을 중심으로 사업 체제를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허브항만 자격을 잃을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특히 최근 부산항은 일본 등지로 가는 환적물량을 확보하면서, 물동량을 늘려둔 상황이라 허브항만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하파그로이드의 디얼라이언스 탈퇴에 따라, 그룹에 속한 HMM(세계 8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독일 해운선사인 하파그로이드가 탈퇴하면서 현재 디얼라이언스에는 세계 6위인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세계 9위 대만 양밍(Yang Ming)가 남게 됐다. 알파라이너 선복량 집계 따르면, HMM은 78만TEU, ONE은 180만TEU, 양밍은 70만TEU 수준이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한국과 대만, 일본국적의 해운선사들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중국계 해운선사들의 모임인 오션얼라이언스(CMA-CGM, 코스코, 에버그린)와의 협력은 힘든 상황, 또 하파그로이드가 속하게 된 제미니와의 협업도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10위권 밖의 이스라엘 ZIM, 대만 완하이, 싱가포르 PIL 등과 연합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지만, 다른 해운 공룡들과 경쟁에서는 불리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해운동맹 재설정으로 동맹에 남는 해운사들이 큰 혼란에 빠졌으며 비상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노르웨이 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예상하지 못했던 양사(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변화는 정기선 운송 제휴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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