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은 학부모들 “야구부 감독 해임 철회해주세요”…교장은 “정상적인 계약만료”

강재훈 2024. 1. 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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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야구부 감독에 대한 사실상 해임 절차를 밟고 있어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학교 측은 '정상적인 계약 만료'라는 입장인 반면, 학부모들은 신임 교장의 '부당한 해고'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교감이 충분한 시간 동안 지켜봤고, B 감독은 근무태도가 불량하다. 구체적인 평가 내용은 학부모들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감독 재계약 불가 통보 직후인 지난 7일 야구부 학부모들은 A 교장과 긴급 면담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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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모 고등학교 야구부 학부모들이 교장과의 긴급 면담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야구부 감독 재계약 불가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야구부 감독에 대한 사실상 해임 절차를 밟고 있어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학교 측은 '정상적인 계약 만료'라는 입장인 반면, 학부모들은 신임 교장의 '부당한 해고'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고등학교는 지난 4일 학교 운동부 네 종목(야구, 축구, 농구, 럭비) 감독 전원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운동부 지도자들에 대한 근무성적평가가 합격선인 60점 이하로 나왔다는 이유다. 운동부 지도자들은 평가를 거쳐 1년마다 학교와 재계약한다.

이에 대해 특히 야구부 학부모들은 "지난해 3월 새로 취임한 교장의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감독과 코치들의 임금을 부담하고 있는 학부모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B 감독이 '10년 근속 표창'을 받은데다 큰 잡음 없이 야구부를 운영해 학교측의 평가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학교 측에 구체적인 평가내용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운동부 운영 매뉴얼〉을 보면, 운동부지도자에 대한 근무성적 평정은 교감이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근거 자료와 함께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하도록 돼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운동부 운영매뉴얼>을 보면, '학교운동부지도자 근무성적에 대한 평정자인 교감이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근거 자료와 함께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정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교감이 충분한 시간 동안 지켜봤고, B 감독은 근무태도가 불량하다. 구체적인 평가 내용은 학부모들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은 계약 해지 절차도 문제 삼고 있다. <운동부 운영매뉴얼>에 따르면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심의를 거쳐 운동부 지도자 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는 야구부 감독에게 먼저 계약 해지 통보를 하고 학운위를 열었다. 이미 교장이 결론을 낸 상황에서 절차만 형식적으로 밟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감독 재계약 불가 통보 직후인 지난 7일 야구부 학부모들은 A 교장과 긴급 면담 자리를 가졌다. 학부모들은 "당장 다음달 연습경기, 3월 주말리그가 시작되는데 이제서야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하면 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 오는 9월까지만이라도 B 감독과 운동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무릎까지 꿇고 호소했지만 교장은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어제(23일)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렸는데 투표 결과 8대 5로 '야구부 B 감독 유임' 의견이 더 많았다. 이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 포함 교원 5명과 학부모 6명, 지역위원 2명으로 구성돼 있다. 학부모 위원 6명 가운데 이 학교 운동부 자녀를 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학운위는 의결기구가 아니라 심의기구여서 B 감독에 대한 재계약 불가 결정은 최종적으로 교장에게 달려 있다. A 교장은 오늘(24일)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학운위 결과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다음주 B 감독 재계약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B 감독은 평가결과에 대해 학교에 이의신청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행정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KBS가 취재를 시작하자 학교 측이 지난 22일 야구부 B 감독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애초 요청했던 구체적인 평가 내역은 없고, ‘60점 이하’라는 결과만 적혀 있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신입생을 제외한 2-3학년 야구부 20명 전원의 부모들이 뜻을 모았다. 윤대인 학부모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이번 갈등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이다. B 감독이 법적 대응에 나선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가 B 감독을 유임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KBS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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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훈 기자 (bah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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