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지는 일본 내 ‘혐한’ 발언... 헤이트스피치 심사 장기화
2016년 1월 일본 최초로 ‘헤이트스피치’(혐오 발언)를 억제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한 오사카시에서 최근 모호한 판단 기준과 함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한층 교묘해진 발언들 때문에 헤이트스피치 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오사카시는 헤이트스피치 조례 시행 뒤부터 지난해 말까지 8년간 66건의 가두연설과 동영상에 대해 심사를 벌였다. 현재까지 심의를 마친 42건 중 13건이 혐오 발언으로 인정됐다.
앞서 오사카시는 2016년 6월부터 민족 간 차별 의식이나 폭력을 부추기고,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혐오하는 발언에 대해 심의를 벌여왔다. 혐오 발언으로 인정되면 이를 언급한 개인 혹은 단체의 이름을 공개할 수 있으며, 동영상의 경우에는 플랫폼에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오사카시는 조례 시행 이후 매년 헤이트스피치 심사건수가 줄어들었다며 ‘억제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지만, 심의 기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심의 기간을 분석한 결과, 1년 미만은 6건뿐이었고, 길게는 심의 종료까지 6년 5개월이 걸린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7년 이상 경과했음에도 여전히 심의가 진행 중인 사례도 있었다.
헤이트스피치에 대한 심사가 늦어지면, 그 기간 동안 문제가 되는 내용이 인터넷 등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힘든 문제가 있다. 헤이트스피치가 방치되면 ‘헤이트크라임’(혐오범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심사가 늦어지는 배경으로는 규제 대상에 대한 모호한 판단 기준이 지적된다. 오사카시의 조례와 비슷한 시기에 시행된 일본의 ‘헤이트스피치 대책법’은 어떤 발언이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특정 민족이나 국적의 사람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제·배척하는 경우’라고 규정했다. 구체적 요건보다 포괄적인 유형을 밝히는데 그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혐오 발언의 정의와 기준을 더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헤이트스피치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뒤, 이를 회피하기 위해 우익 인사들이 더 교묘하게 발언하기 시작한 문제도 있다. 2017년 제재를 피하는데 성공했다는 한 남성은 요미우리에 “조례에 저촉되지 않도록 말투에 조심하고 있다”며 “어떤 표현을 써야 혐오발언으로 인정되지 않는지 동료들과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인권 변호사들로 구성된 모임인 ‘넷과 인권법연구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일부 인사들은 신뢰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보도를 이용해, 자신들의 혐오 발언을 일반적인 비판처럼 가장하는 방식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혐오) 표현이 다양해져 판단이 고민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