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사고는 신도 못막는데”…중재법 확대에 애타는 중소건설사 [기자수첩]
아파트 공사장 들어와 보신 적 있나요? 신이라고 해도 사고를 전부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안전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안전·보건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제정됐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1명 이상의 사망자 또는 2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대표자와 사업주를 형사처벌(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하는 것이 골자다. 2022년 1월에 시행됐다.
문제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자는 2021년 12만2713명에서 2022년 13만348명으로 7635명 증가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도 2021년 2080명에서 2022년 2223명으로 143명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안전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대형건설사의 공사현장에서도 근로자가 잇따라 사망했다. 통상적으로 공사현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안전관리전문가들이 배치되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대형건설사도 인력 채용이 쉽지 않으니 중소건설사의 사정은 안 봐도 뻔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근로자 50인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 가운데 45%가 현재 안전·보건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 다수의 응답 기업이 안전·보건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에서 35%, 20억원 미만에서 45%, 1억원 미만에서 60%로 조사되는 등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부담이 가중됐다.
건설업계에서는 가장 필요한 국가 지원 사항으로 전문 인력 지원(34%)을 꼽았다. 중소기업이 전문가를 채용해 안전관리에 힘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정식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건설현장은 사업자 차원에서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고질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곳인데 안전 체계 수립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경영자 처벌도 능사가 아니다. 중대재해법의 시행 취지는 사고를 예방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은 위법을 저지른 사업장 적발과 책임자 처벌에 주력하는 듯하다. 경영자들이 임기만 버티자는 식으로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거나 대표자가 되는 것을 명예롭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중대재해법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바지사장을 내세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고민도 들려온다. 중소업체의 경우 대표자가 구속되면 회사 운영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을 확률이 높아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공사현장 중대재해사망 노동자의 유가족들도 사고기업의 대표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처벌을 받아 봤자 속이 시원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을 잃은 뒤 유족들을 덮친 고민은 대부분 생활고다. 남편의 사망으로 건설사로부터 손해배상금과 보험급여를 받기는 했지만 아내 홀로 아이들을 키우기는 턱도 없는 금액이었다.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했는지 기준이 모호하고 명백한 중대재해법 위반 사유인지 확신하기 어려워 수사도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는 등 허점도 발견되고 있다. 유족들은 어차피 소송전을 이어가며 형량을 줄이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일 바에는 조금이라도 유족들에게 합의금을 더 주는 것이 낫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혼란을 언제까지 방관할 수는 없다. 누구나 노동자가 안전한 현장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한다. 경영자는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정치인은 모호한 규정들을 손질하는 입법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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