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2500원으론 장사 못 해요"…착한가게의 '눈물' [현장 리포트]

강경민/박상용 2024. 1. 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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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A식당.

 지역 평균가격보다 저렴하게 음식을 제공하는 '착한가격 업소'로 지정된 곳이다.

 착한가격 업소는 음식 등 서비스가 지역 평균가격보다 저렴하거나 가격 인하·동결에 나선 곳을 대상으로 심사해 지정한다.

서비스 가격을 지역 평균 가격 이상으로 올리면 업소 지정에서 탈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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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선의 앞세워 물가 낮추겠다는 정부
착한가격업소 인증 표시 /사진=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A식당. 지역 평균가격보다 저렴하게 음식을 제공하는 ‘착한가격 업소’로 지정된 곳이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착한가격 업소 홈페이지엔 이 식당의 대표 메뉴인 김밥이 2500원으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이 식당은 최근 식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음식 가격을 일제히 500원씩 올렸다. 가격을 인상하면 업소 지정에서 탈락되지만, 입구엔 ‘착한가격 업소’임을 알리는 파란 로고가 버젓이 붙어 있었다. 

싼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로 2011년 도입된 ‘착한가격 업소’ 정책이 제도가 시행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는 이달 초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착한가격 업소를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착한가격 업소를 작년 말 기준 7056개에서 연내 1만개로 3000개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착한가격 업소는 음식 등 서비스가 지역 평균가격보다 저렴하거나 가격 인하·동결에 나선 곳을 대상으로 심사해 지정한다. 

현장에선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정된 업소 숫자는 소폭 늘었지만 고물가 여파에 따른 가격 상승 압박으로 자진 취소하거나 업소 지정에서 탈락하는 업체도 매년 속출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정이 취소된 업체는 442곳에 달한다. 이 중 가격변동으로 인한 지정취소는 98건(22.2%)이다. 

서비스 가격을 지역 평균 가격 이상으로 올리면 업소 지정에서 탈락하게 된다. A식당처럼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지자체의 관리 부실로 버젓이 착한가격 업소로 등록된 곳도 적지 않다. 일부 음식점에선 특정 메뉴만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한 채 다른 메뉴는 비싸게 받는 꼼수도 성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연 2회 실시하는 일제정비를 통해 재지정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일부 로고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지자체가 있는지 확인해 즉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소 주인들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는 인센티브가 적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억제하면서까지 착한가격 업소 지정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착한가격 업소로 지정되면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종량제 봉투 제공,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 혜택을 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작년 기준 업소당 평균 지원금은 연간 수십만원에 불과하다. 올해 국비예산은 48억원으로, 작년(15억원) 대비 국비예산이 33억원 증가했다. 다만 늘어난 33억원 중 30억원은 배달료 지원을 위해 올해만 한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착한가격 업소가 10년 넘게 6000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올 한 해에만 3000개를 추가하겠다는 무리한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추가 발굴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의지를 갖고 있는 지자체가 적지 않아 업소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착한가격 업소가 1만개까지 늘어나더라도 물가안정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발간한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착한가격 업소의 국비 지원에 대해 타당성과 효과성에 대한 성과 분석이 미흡한 상황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그동안 착한가격 업소에 대한 지원이 미비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는 국비 지원을 확대하고, 민간협업을 통해 업소를 지원하는 등 착한가격 업소의 인식을 제고해 1만개소 달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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