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대만 입법원장 선거 앞두고 각당 수싸움
8석 ‘캐스팅 보트’ 민중당 선택에 달려
대만 각 정당이 다음달 1일 치러지는 입법원장(국회의장 격) 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했다. 입법원장 선거는 오는 5월 출범하는 라이칭더(賴淸德) 정부의 국정 운영과 정국 안정 여부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24일 연합보 등 대만 현지언론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입법원 원장 선거를 앞두고 원내 다수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은 비례대표로 입법위원에 당선된 한궈위(韓國瑜) 전 가오슝 시장을 입법원장 후보로 확정했다. 한 전 시장은 2020년 국민당 총통 후보로 출마해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과 맞붙었던 인물이다. 국민당은 한 전 시장과 함께 의회를 이끌 부원장 후보로 지역구에서 당선된 4선의 장치천(江啓臣) 입법위원을 내세웠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이에 맞서 유시쿤(游錫坤) 현 입법원장과 차이지창(蔡基昌) 현 부원장을 정·부 후보로 다시 밀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대만 제11대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전체 113석 중 52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됐다. 현 입법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 민진당은 이번에 5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10석은 제2야당인 대만민중당(민중당·8석)과 무소속(2석)이 가져갔다. 국민당이 다수당이 되기는 했지만 원내 과반 정당이 없기 때문에 입법원장 선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열쇠를 쥔 건 민중당이다. 민중당이 캐스팅보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국민당은 한 전 시장을 입법원장 후보로 확정하며 민중당에 부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민중당은 자리를 놓고 개별적인 물밑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국민·민진 양당에 의회 개혁 요구를 전달하고 이를 수용하는 정당과 연대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양당 모두 민중당의 요구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당의 화답이 없을 경우 민중당이 입법원장 선거에 독자적으로 후보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중당은 오는 26일 내부 회의를 통해 입법원장 선거 방침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민중당이 특정 정당과 연대하지 않는다면 1석이라도 많은 국민당이 유리해진다. 입법원장 선거는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에서 다득표자가 당선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민당은 현재 무소속 입법위원 2명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민중당이 민진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천이판 대만 담강대 교수는 “국민당이 이기려면 57석이 필요한데 무소속의 지지를 받아도 3석이 모자란다”면서 “다만 국민당과 민진당이 모두 민중당의 요구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선거에 임할 경우 2차 투표에서 국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대만 입법원장 선거는 5월 출범하는 라이칭더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친중 성향 국민당이 입법원장 자리를 차지할 경우 반중·친미 성향의 라이 정부에 대한 견제가 거세질 수 있다. 민진당은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집권기에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 예산이 대폭 삭감·동결되는 등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민진당 커치엔밍(柯建銘) 입법위원은 SCMP에 “민중당이 후보를 내면 한 전 시장이 입법원을 장악하고 중국의 통제를 받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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