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대 김정일" 한동훈 "운동권 용어"…정부, 북·중 동시압박
정부가 외교무대에서 북한의 인권과 핵·미사일 개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압박했다. 주제네바 대사는 유엔 UPR(보편적 인권 정례검토) 절차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향해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의 해결을 권고했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EU(유럽연합)를 찾아 북한의 핵·미사일 및 사이버 위협을 직접 알렸다.
총선을 앞두고 대북 접근 방식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가운데 정부는 북한은 물론 '북한의 뒷배'로 간주돼 왔던 중국의 문제까지 동시 공론화에 속도를 낸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향해 북한의 적대행위 중단을 요구하면서 냈던 메시지에서 나온 '우리 북한' '선대' 등 표현을 두고 북한에 사실상 동조하는 듯한 자세라는 반응이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다만 중국의 대외 강경론을 대변하는 매체 환구시보는 우리 정부가 UPR에서 탈북민 인권 문제를 거론한 점을 언급하지 않고 자화자찬성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 측에선 북한의 인권 문제 공론화에 대해 미국의 패권주의와 연결돼 있다는 주장을 펼치곤 했다.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을 대상으로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을 심의 받는 정례 협의기구다. 우리 정부가 UPR을 통해 중국에 탈북민 인권 문제를 지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중국을 대상으로 열렸던 UPR에선 우리 정부가 탈북민 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같은 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PSC(정치안보위원회)에선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EU 초청으로 참여해 북한의 핵·미사일 및 사이버 위협을 브리핑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 정보당국이 포착한 북러 간 무기 거래를 비롯한 군사기술 협력은 명백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의 안보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는 한편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한-EU간 긴밀한 공조를 호소했다.
환구시보는 우리 정부가 UPR에서 탈북민 인권 문제를 거론한 점을 언급하지 않고 "120개국이 중국의 인권 증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중국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홍보성 기사를 올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향해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이게 예전에 운동권에서 많이 쓰던 표현"이라며 "선대라든가 하는 용어들은 사실 많이 그런 쪽에서 쓰던 용어 아닌가. 그리고 그 얘기는 마치 김정일, 김일성이 과거에 무슨 평화적인 큰 노력을 했다는 것을 전제로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반응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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