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타고 젖은 폐기화폐, “쌓으면 롯데타워 253배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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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집에 불이 나 새까맣게 그을린 지폐 1,910만 원어치를 새 지폐로 바꿨다.
지난 한 해 이렇게 환수된 손상 화폐 중 오염되거나 훼손돼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판정, 폐기 처리된 규모가 4억8,385만 장(3조8,803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한국은행이 2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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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거래 회복, 5만 원권 수명 도래 탓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집에 불이 나 새까맣게 그을린 지폐 1,910만 원어치를 새 지폐로 바꿨다. 전남에 사는 홍모씨는 땅속에 묻어 놨다가 습기에 젖어 부패한 지폐 1,547만5,000원을, 광주에 사는 정모씨는 연못에서 수거한 손상 주화 339만1,000원어치를 교환했다.
지난 한 해 이렇게 환수된 손상 화폐 중 오염되거나 훼손돼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판정, 폐기 처리된 규모가 4억8,385만 장(3조8,803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한국은행이 24일 밝혔다. 전년(4억1,268만 장) 대비 7,117만 장(17.2%) 증가한 것이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2조6,414억 원에서 46.9% 늘어 증가폭이 더 컸다. 폐기 화폐가 고액권 위주로 늘어난 셈이다.
지폐 폐기량은 4억2,732만 장(3조8,724억 원)으로, 1만 원권이 전체의 55.6%였고, 1,000원권(33.6%), 5만 원권(5.8%), 5,000원권(4.9%) 순이었다. 동전은 100원화(60%)와 10원화(17.3%)를 중심으로 5,653만 개(79억 원)가 폐기됐다. 폐기 화폐 물량을 낱장으로 이어 붙이면 총길이 6만2,872㎞로 경부고속도로(415㎞)를 약 76회 왕복한 거리에 달한다. 위로 차곡차곡 쌓은 높이는 14만159m. 에베레스트산(8,849m)의 16배, 롯데월드타워(555m)의 253배다.
폐기 화폐가 증가한 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이후 대면 상거래 회복과 함께 화폐 유통 자체가 늘었기 때문이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현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커져 환수 금액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 이에 더해 2009년 6월 최초 발행된 5만 원권의 수명이 점차 끝나가면서 손상권이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5만 원권 유통 수명을 15년 내외로 본다.
한은은 화재 등으로 지폐 일부가 훼손됐을 때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 전액을,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을 교환해 준다. 동전은 보통 액면금액으로 바꿔 주지만,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운 상태일 땐 교환 불가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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