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간이식 받은 말기 환자, 뇌사자 간이식만 기다릴 때보다 생존율 3배 높아

김태훈 기자 2024. 1. 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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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간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생체 간이식을 받으면 중증 말기 간질환 환자도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김덕기·이재근·주동진 교수, 임승혁 강사 연구팀은 간이식을 대기하는 중증 말기 간질환 환자들의 생존율과 거부반응 발생률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국제외과학회지’에 게재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진은 간질환이 심각한 정도를 측정해 뇌사자 간이식 순서를 부여하는 기준인 멜드(MELD) 점수가 30점 이상인 환자 64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간이식은 간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한 중증 말기 간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건강한 공여자에게서 간을 기증받는 생체 간이식과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는 경우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뇌사 기증자가 부족해 간이식의 70% 이상은 생체 간이식으로 진행한다. 다만 멜드 점수가 30점 이상인 말기 간질환 환자에게는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생체 간이식이 적극적으로 권장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간이식 수술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도 생체 간이식의 유용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5~2021년 세브란스병원에서 간이식 대기 중이었던 환자를 생체 간이식을 준비한 A군 환자 205명과 뇌사자 간이식만 대기한 B군 환자 444명으로 나눠 분석했다.

실제 간이식을 받은 환자의 비율은 A군이 91.2%(187명)로 B군(39.9%·177명)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두 집단의 1년 생존율을 비교했을 때도 뇌사자 간이식만 기다렸던 B군(28.8%)보다 생체 간이식을 받은 A군(77.3%)이 약 3배 가까이 더 높게 나타났다. 수술 후에도 생체 간이식을 받은 환자의 합병증·거부반응 발생률 등은 뇌사자 간이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생체 간이식 공여자들도 큰 합병증 없이 회복했다.

연구진은 간이식이 필요한 중증 말기 간질환 환자가 생체 간이식을 받을 경우 뇌사자 간이식 대기 순서만 기다리는 것보다 간이식의 기회가 커질 수 있으며 생존율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김덕기 교수는 “멜드 점수가 30점 이상인 중증 말기 간질환 환자에 대한 생체 간이식의 안전성을 밝혀냈다”며 “말기 간질환 환자도 생체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확인한 만큼 간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이식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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